詩選集『洪海里 詩選』(1983)

무교동 · 2

洪 海 里 2006. 11. 18. 17:06

 

 

 

무교동 · 2

 

洪 海 里

 

안개가 내린다 녀릿녀릿
스물스물 내리는 한 떼의 어둠
짙어가는 어둠의 골목골목으로
가면을 쓴 수 천의 사내들
탈에 묻힌 숱한 여자들
빌딩과 빌딩 사이
끝없이 끝없이 내리는
줄기찬 우유빛 밤빗소리
어두운 대낮과
환한 밤을 이으며
춤추는 허무의 밤빗소리
등 뒤로 매달리는 뿌연 시간의 찌꺼기를
털어내며 털어내며
흔들리는 싸늘한 창유리의 측면
어둠으로 빛나는 더욱 빛나는
창백하게 바랜 밤의 파편들
물 위에 떠 올라
끝없이 밀려가고 있는 바람의 행렬
파도의 꿈은 깨어지고
잠시도 잠들 날이 없는 바다
소리없이 사라지는 별들의 흔적없는 이별과
이미 닫혀버린 문밖의 서두르는 구두발자국
가슴마다 출렁이는 어두운 물결 사이
수 천의 섬이 둥둥 떠다니고
향그런 풀꽃들이 피어 손짓하지만
솟았다 사라지는 낯선 섬들
비만증을 다스리는 당당한 허세가
텅 비어 있는 있음 위에서
아름다움을 위하여
스냅사진같은 정사를 위하여
잔인한 시간의 영원을 위하여
끝없이 두드리는 북소리 소리
깨어진 달과 부러진 달빛으로
쌓아올리는 물의 역사
뭉개버리는 불의 반역
하릴없이 낙하하는 꽃이파리들
부러진 날개의 나비 떼 벌 떼
아스팔트 위에 짓이겨진
순결한 처녀림의 허벅지
50m 도로의 소란한 불빛과 함께
질주하는 빌딩과 어둠의 그림자
으스러진 풀소리가 몇 다발씩
시멘트와 철근 사이에서 깨어나고
강 건너 달려오는 기형의 씨앗들
언뜻 틔어오는 새벽녘 하늘빛
강물소리를 일깨우는
바르르 바르르 떠는 부리 상한 새
목이 젖어 하얗게 흔들리고 있다.

 

'詩選集『洪海里 詩選』(1983)'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목포에서 진도까지  (0) 2006.11.19
무교동 · 1  (0) 2006.11.18
무교동 · 3  (0) 2006.11.18
무교동 · 4  (0) 2006.11.18
무교동 · 5  (0) 2006.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