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타며
하얀 사기잔
커피 알갱이 한 숟가락
설탕 한 숟가락 넣고
팔팔 끓인 물을 붓는다
설탕 알갱이들이 뜨거운 물에
서로 부딪치며
몸을 버리느라 야단이다
커피 알갱이도, 뜨겁게,
갈색 비명을 치며 스스로 죽는다
이럴 땐 죽는 일도 즐겁다
프림 한 숟가락을 넣자
사르르 사르르 사르르르
몸을 섞어 드디어 한 몸이 되는
합일의 열락,
너와 나 하나
따스한 향으로 여는
일요일 아침,
마침내, 나도, 한 잔의 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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