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푸른 느낌표!』2006

커피를 타며

洪 海 里 2006. 12. 6. 16:56

커피를 타며

 

하얀 사기잔

커피 알갱이 한 숟가락

설탕 한 숟가락 넣고

팔팔 끓인 물을 붓는다

설탕 알갱이들이 뜨거운 물에

서로 부딪치며

몸을 버리느라 야단이다

커피 알갱이도, 뜨겁게,

갈색 비명을 치며 스스로 죽는다

이럴 땐 죽는 일도 즐겁다

프림 한 숟가락을 넣자

사르르 사르르 사르르르

몸을 섞어 드디어 한 몸이 되는

합일의 열락,

너와 나 하나

따스한 향으로 여는

일요일 아침,

마침내, 나도, 한 잔의 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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