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海里와 蘭

[스크랩] 제주란 전시회 출품작들(3)

洪 海 里 2007. 3. 27. 04:10

 

 

여기 실은 난초는 제주학생 문화원 전시실에서 3월 24∼25일에 열렸던
제4회 사단법인 제주란문화연합회 전시회에 가서 찍은 사진이다.
조명이 어두워 접사로 찍으려니, 가운데 전시된 난은 못 찍고
하얀 벽을 배경으로 있는 것만 골라 찍었다.

 

 

 

개최요강에 나타난 전시회 개최 목적을 보면

* 한국난의 우수한 품종을 발굴하여 계통(系統)을 정립시킨다.
* 명품난 배양 정보의 교류와 지속적인 중식 및 확대 보급시킨다.
* 난 애호가들의 친교의 자을 마련하고 건전한 난문화 창달에 기여한다.

 

 

 

심사 구분으로는

* 대상은 화예와 엽예에서 각1점으로 한다.
* 최우수상은 화예 2점, 엽예 1점, 동양난 1점으로 한다.
* 우수상으로는 엽예에 '호, 중투호, 복륜, 사피, 단엽, 호피, 서호반, 산반'
  화예에 '소심, 새화소심, 홍화, 황화, 주금화, 복색화, 두화, 원판화, 산반화,
  기화, 동양난, 석부작으로 구분함을 원칙으로 한다.

 

 

 

심사기준을 보면

* 전년도 대상 수상작은 시상하지 아니하며,
  작품성이 떨어져 우수작이 없는 경우는 시상하지 않을 수 있다.
* 산채(山菜)후 1년 미만, 대여품, 찬조 출품에 대하여는 심사에서 제외하며
  추후 그 사실이 알려질 경우 시상작의 상을 취하할 수 있다. 
 

 

 

♧ 수필 '춘란' - 장생주(수필가) 
 
 이름 없는 야산, 소나무 그늘에서 햇볕 한번 제대로 받아 보지 못한 풀이다. 초동의 낫에 하마 베일 뻔하다가 간신히 살아난 하찮은 풀이다. 이따금 솔숲사이로 비쳐오는 햇살을 신의 은총처럼 기리며 안으로 안으로 꿈을 키우던 가녀린 잎새다. 하늘을 보려도 소나무가지에 가려 보지 못하고 솔잎만 보다가 솔잎처럼 진록의 잎새로 때를 기다리는 풀잎이다.

 

 어느 날 북산을 오르다가 우연히 발견한 그 날렵한 잎새하며 살그머니 솟아오르던 꽃대가 보석처럼 번득이던 풀이다. 그 날 나는 그 풀잎에 반해서 귀중한 보물처럼 정성스레 캐다가 좀 길쭉한 청자화분에 옮겨 심었다. 옮겨 놓고 보니 제법 운치가 있었다.

 

 

 

 춘란. 남녘 땅 야산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난이다. 난이라기에는 너무 흔하고 까탈없이 자라는 게 언제나 정겨운 고향 내음 풍기는 이물 없는 풀이다. 이따금 때맞추어 물을 주어 가며, 오며 가며 지켜보노라니 제법 정이 간다. 하찮은 돌 하나에도 정을 주며 그립듯이 춘란도 가까이에 두고 감상하노라니 무척 정이 가고 갈수록 그 귀티 나는 품격에 반하게 된다. 연초록 잎이 하늘로 치솟다가 살짝 숨죽이며 고개 숙인 겸손이며 위로 위로 치닫는 줄기찬 뻗음이며 하나면 외롭고 볼품 없을 것이 여럿이 어울려 선과 선의 조화를 부리다 보니 여간 이름다운 게 아니다. 사군자에 난이 끼어 드는 게 이제 알만하다고나 할까?

 

 

 

 춘란도 여니 난과 같이 그 진수는 역시 꽃이 아닐까 싶다. 3월 초순에 꽃대가 돋아나는가 싶더니 중순경에 꽃이 피었다. 꽃도 화려하지 않고 그저 수수한 꽃이다. 향도 있는 듯 없는 듯 그저 볼 때마다 애잔해 보이는 꽃이다. 그러나 볼수록 귀한 자색도 겸비했다. 오며가며 바라다보는 그 희고 가녀린 꽃. 두 송이가 왠지 부끄러운 몸짓으로 고개 숙인 채 시들 줄을 모르고 있다.

 

 어쩌면 저리도 성질이 없을까? 어쩌면 저리도 더딜까? 보일 듯 말듯 서서히 서서히 변해 가는 그의 모습. 그는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아무리 보아도 그는 늘 군자처럼 욕심이 없다. 남이 보아주던 말던 남이 알아주던 말던 제 분수만을 지키는 그는 안빈낙도하는 선비처럼 고매한 품성을 지녔다. 한란이나 풍란처럼 까탈스럽지 않고 고급스럽지도 않은 것이 그저 내 고향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서글서글하고 복스러운 후덕한 여인네 같은 덕을 지녔다.

 

 서두르지 않고 제몫을 다하고 있는 그에게서 시를 배우고 어짐을 배우고 덕을 배운다. 볼 수록 정이 가는 춘란이다.


 

 

출처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글쓴이 : 김창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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