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을 부는 여인 (대금 산조)(1995.6호.문종이 수묵채색)
작품 제 124 번째
- ㅡ 작품: 창전 조원섭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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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금산조/ 홍해리
- 耘波 송성묵의 연주를 듣고
쌍골대 마디마디 구멍을 뚫어
여섯 개의 지공을 파고
청공 하나 칠성공 두 개
아홉 구멍이 취공의 호흡 따라
현현묘묘 울리는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
땅바닥에 좌정하고
젓대를 잡자
유구한 시간이 멎고
무변한 공간이 사라진다
천지간 적멸의 순간
사위가 태산처럼 고요하다.
드디어 취공에 혼을 불어넣자
안개가 울기 시작한다
어둠이 일어서고
고요가 꿈틀댄다
태산에서 샘이 솟는다
이승이 저승
저승이 이승
온몸의 피가 탄다
땅 속에서 용암이 분출하고
천지가 진동한다.
갑자기 끊어질 듯 이어지는
한 많은 젊은 홀어미 흐느낌소리
길게 길게
애끓는 울음소리
남의 간장 다 녹이다
소리없이 돌아서 사라진다.
피울음도 통곡도 다 부려 두고
가는 사람, 가는 사람아
버려라 버려라
모두 다 버려라
너도 버리고 나도 버려라
티끌세상 티끌세상 모두 버려라.
다시 이 산 저 산을 이어
무지개 무지개 쌍무지개 핀다
구름이 가듯 달이 가듯, 아니면
꿈인 듯 꿈 속인 듯
아아, 고요해라 고요해라
천년 묵은 바위를 뚫고
내리치는 고승의 할!
폭풍이 친다
이마에서 번개가 일고
천둥이 튄다, 이윽고
폭포가 되어 맨몸으로 떨어진다.
일순
배고픈 아이
젖 찾아 보채는 소리
꽃이 버는 듯 잎이 피는 듯
수수밭가 저녁하늘을 흔들다
적막강산 학이 날은다
천년, 천년 세월이 가듯.
그 녀석 어느새
수숫대처럼 자라 사랑을 하는구나
그리움에 불이 붙은 심장
아, 뛰는 심장이여
환희에 젖은 불꽃이여
태풍이여 물바다여 황홀이여.
혓바닥으로 화살을 쏜다
가슴마다 명중이다, 명중!
순간 바람이 차다
갑작스런 안개바다, 바닷안개
네가 보이지 않는다
나도 보이지 않는다.
바람소리 잡고
청대밭 가득 일렁이는
칠흑의 치맛자락 슬리는 소리, 소리
날샐 무렵
옥류천 모래알 구르는 소리
산빛 가득 담고 흐르는 명경지수
명경지수 맑은 물소리.
아아, 끝내는 이마에 땀이 차고
선녀들이 춤을 춘다
소리로, 혼으로 짓는 춤사위
백옥 같은 발이 간간 드러나다
쭉 벋은 곧은 다리
천상에 노닐던 저 백옥의 다리
땅을 힘껏 걷어차고
가쁜 숨 몰아내며 날아오른다.
희미한 수묵색 산하
금사은사로 내리는
교교한 달빛
가뭄천지에 내리는 빗줄기이다가
소리없는 이슬비다
마음은 젖어 비워지고
가없는 허공중에
나는 없고 소리만 살아 있다
표표한 가락으로
소리만, 울림만 살아
천지의 잠을 깨우고 있다.
(시집『淸別』1989)
출처 : 우리시회(URISI)
글쓴이 : 별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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