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스크랩] 처서 지나면 / 홍해리

洪 海 里 2007. 8. 28. 06:14

처서 지나면 / 홍해리

 

처서 지나면
물빛도 물빛이지만
다가서는 산빛이나 햇빛은 또 어떤가.
강가 고추밭은 독이 오를 대로 오르고
무논의 벼도 바람으로 꼿꼿이 섰다
이제는 고갤 숙이기 위하여
맨정신으로 울기 위하여
아래로 아래로 흘러가는 강물은
무엇이 그리 급한지
반짝반짝 재재재재
몸을 재끼면서
그리움도 한 움큼 안고
쓸쓸함도 한 움큼 안고
사랑이란 늘 허기가 져! 하며
물결마다 어깨동무를 한다
다리 밑 소용돌이에 물새 몇 마리
물 속에 흔들리는 구름장 몇 점
가자! 가자! 부추기는 바람소리에
흘러가는 물결이여 세월이여.
처서 지나면
모든 生이 무겁고 가벼운
이 마음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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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서가 지났는데도 아직은 덥습니다.
군에 간 아들 녀석은 전화가 걸려올 때마다 '더워죽겠다'는 말을 입에 올립니다.
내무반은 맞바람이 통하지 않은 건물에다 맨 위층이라 저녁에도 삼십 도를 밑돌 줄 모른다고 하네요.
한낮 에 풀 뽑는 일도 잦다며 풀은 왜 그리 빨리 자라는지 모르겠다며 궁시렁 거립니다.
'그래서 우야노, 참으로 고생이 많겠다 ' 혀를 차 가며 대꾸를 해 주는 편이었는데
 그저께는 짐짓 무게를 잡고 ' 더워야하느니라, 그래야 곡식이 잘 익는다 아이가
우리 입에 들어오는 곡식이며 열매들이 그 뙤약볕을 받아야 제대로 영그는 거라 생각하면
이쯤 더위정도야 오히려 고맙게 여겨야 되지 않을까? ' 했다는 거 아입니까.
그래도 절기라는 게 참 신통하다 싶어요.
처서가 지나니 한낮에는 여전히 덥긴 하나 새벽녘에는 가을바람이 조심스럽게
스미어 들어와 이불을 끌어당기게 하더군요.
오늘은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더니 역시나 아침부터  잔뜩 흐려져 있던 하늘에서
지금은 후드득 비가 듣네요.
이 비가 내리고 나면 더위도 한 풀 꺾인다고 합디다.
더위가 지겹긴 하지만 작은 풀 한 포기에서도 강렬하게 내리쬐는 태양을 견뎌내야겠다는 
 치열한 의지와 오기 같은 게 느껴지는 여름이 나름대로 매력 있는 것도 같아요.

  가을은 강물조차 맨 정신으로 우는 일이 두려운가봅니다.
처서지난 벌써부터 ‘ 그리움도 한 움큼 안고 쓸쓸함도 한 움큼 안고
사랑이란 늘 허기가 져! ‘ 하며 물결마다 어깨동무를 한다니 말입니다.
흘러가는 물결이여 세월이여.~
처서도 지나고... 이제 조금씩 조금씩 가을 속으로 접어들어야지요.
모두 모두 너무 쓸쓸하지 마시고, 허기져 하시들 마시고.
행복한 가을 되시기 바랍니다.

 

출처 : 뜰에봄
글쓴이 : 뜰에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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