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 상 포 인 트
―마음을 비우면 스스로 빛이 납니다
옛날 어떤 올곧은 분이 못들을 소리를 들었다 하여 귀를 씻고 있었다는 얘기가 전해오지요. 사실 시끄러운 세상, 사람 같지 않은 사람이 판치는 세상에서는 눈 감고 귀 막고 사는 것도 한 좋은 방법이라고 할 겁니다. 그렇지만 산다는 게 어디 그리 뜻대로만 되는가요. 눈 감아도 귀 막아도 돌려올 건 다 들려오기 마련이지요. 그러니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 가지 묘책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마음을 내려놓고, 미움을 모두 버리는 것이지요. 그러면 몸과 마음이 가뿐해지고, 다시 가슴 속 저 깊은 곳으로부터 새 마음이 샘물처럼 초록초록 솟아오르기 시작하는 것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사람보다 자연이 더 지혜롭다는 것을 깨닫곤 합니다. 저 가을 들녘을 보십시요. 한 해 동안 열심히 땀 흘리다가 풍요로운 가을걷이 끝내고 나면, 그냥 그렇게 무심한 마음으로 겨우내 자신을 텅 비워버리지 않습니까? 그러니 자연은 우리들에게 큰 스승일 수밖에요. 우리도 저 가을 들녘의 자세와 마음을 배워야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자신을 위해, 또한 이웃을 위해 노력하면서 마음속에 부질없는 생각들을 비워야겠습니다. 그러고 나면 눈물겨운 마음자리가 오히려 스스로 빛이 나지 않겠습니까?
- 김재홍: 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