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詩』와 우이시낭송회

[스크랩] 월간『우리시』의 시와 딱지꽃

洪 海 里 2007. 11. 1. 20:23

 

어제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제주에서도 인명人命 피해가 생겼다.

여름 내내 제주시 쪽에는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아

몇 달 동안 들볶더니….


『우리시』 2007년 9월호에서 뽑은 시 5편을

이 여름 틈틈이 찍은 딱지꽃과 함께 내보낸다.

생명과 자연과 시를 가꾸는 『우리시』는

사단법인 우리詩진흥회(발행인 홍해리)에서 내는 월간시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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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지꽃은 쌍떡잎식물 이판화군 장미목 장미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들이나 강가, 바닷가 등 공터에서 자란다.

뿌리는 굵고 줄기는 보랏빛으로 몇 개가 뭉쳐나며 줄기잎은 털이 많다.

앞면에는 털이 거의 없으나 뒷면에는 흰 솜털이 많이 난다.


6∼7월에 노란색 꽃이 가지 끝에 피며 산방상 취산꽃차례를 이루는데

꽃잎은 5개이고 거꾸로 된 심장 모양이며, 포(苞)는 손바닥 모양으로 갈라진다.

한방과 민간에서는 줄기와 잎을 봄·가을에 채취하여 두창(頭瘡)에 바르거나

말려서 해열과 이뇨에 사용하며, 토혈 ·혈변 ·장출혈에 달여 먹는다.

 

 

♧ 대추 한 알 떨어진다 - 김금용


우주여 긴장하라

대추 한 알 떨어진다

농익어 뒹구는 가을 자진모리

시계가 흔들리는지

밤하늘로 뛰쳐나오는 별무리들

단내 나는 칼을 빗겨들고

비어가는 숲 입구에서 보초를 서지만

전쟁 같은 사랑에 귀먹은 가을이

핏빛 눈을 들어 스스로 자결한다

붉은 한숨을 토하며

                       (권두시)

 

 

♧ 장醬을 읽다 - 홍해리


그녀는 온몸이 자궁이다

정월에 잉태한 자식 소금물 양수에 품고

장독대 한가운데 자릴 잡으면

늘 그 자리 그대로일 뿐…,

볕 좋은 한낮 해를 만나 사랑을 익히고

삶의 갈피마다 반짝이는 기쁨을 위해

청솔 홍옥의 금빛 관을 두른 채

정성 다해 몸 관리를 하면

인내의 고통이 있어 기쁨은 눈처럼 빛나고

순결한 어둠 속에서 누리는 임부의 권리.


몸속에 불을 질러 잡념을 몰아내고

맵고도 단맛을 진하게 내도록

참숯과 고추, 대추를 넣고 참깨도 띄워

자연의 흐름을 오래오래 독파하느니

새물새물 달려드는 오월이 삼삼한 맛이나

유월이년의 뱃구레 같은 달달한 맛으로

이미 저만치 사라진 슬픔과

가까이 자리 잡은 고독을 양념하여

오글보글 끓여 내면

투박한 기명器皿에 담아도

제 맛을 제대로 아는

장醬이여, 너를 읽는다


네 몸을 읽는다

         (‘이 달의 우리 시단’에서)

 

 

♧ 고인돌 - 염창권


죽음이 너무 가벼워서

날아가지 않게 하려고

돌로 눌러두었다.

그의 귀가 너무 밝아

들억새 서걱이는 소리까지

뼈에 사무칠 것이므로

편안함 잠이 들도록

돌이불을 덮어 주었다.

그렇지 않다면,

어찌 그대 기다리며

천년을 견딜 수 있겠는가. 

      (『우리시』가 선정한 ‘이 달의 시’에서)

 

 

♧ 섬 그늘이 붉다 - 정윤천


노을빛이 오늘 따라 고추장 빛깔이다

사나흘 물길 건너온 남정네 팔뚝도 붉어


마루 끝에 앉은 아낙의 목청이 담을 넘는다

해당화 꽃잎을 흔들어 준다


북어 패는 손맛 어쩐지 예전 같지 않아서

찌푸려지던 이맛살 힘줄도 붉어지는데


맨가슴으로 오려내 보는 속엣말 같던 장타령 한 소절도

메기고 가및던 입술 사이에서 엥간히 붉고 말았다.


오늘 같은 저녁상 머리에선

술국 사발도 붉겠다, 한바탕 붉겠다.

       (‘신작시 14인선’에서)

 

 

♧ 사랑의 물리학 - 김인육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


제비꽃같이 조그마한 그 계집애가

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그 계집에가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당겼다

순간, 나는

뉴턴의 사과처럼

사정없이 그녀에게로 굴러 떨어졌다

쿵 소리를 내며, 쿵쿵 소리를 내며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 운동을 계속하였다

첫사랑이었다.

    (‘이 계절의 젊은 시’에서)

 

 

♬ When I Dream - Lynn Anderson

 

 

 *왼쪽 것이 딱지꽃잎, 오른쪽이 돌양지꽃 잎임

출처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글쓴이 : 김창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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