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스크랩] 용담꽃, 단풍 배경으로 피어

洪 海 里 2007. 11. 5. 16:25

 

꼭 일주일 전 삼형제오름과 노로오름 사이의 늪지

햇볕이 잘 드는 곳에 피어난 용담꽃

그 날 그 주변 숲엔 단풍이 볼만 했는데

두어 송이로 그 많은 단풍의 색과 대조를 이룬다.


그보다 또 일주일 전 고도가 아주 차이가 나는

따라비오름 자락으로 막 접어드는 곳

가시덤불 앞에 목을 살포시 빼들고 피어 있던

용담꽃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용담(龍膽)은 쌍떡잎식물 합판화군 용담목 용담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산지의 풀밭에서 자라는데, 4개의 가는 줄이 있으며 굵은 수염뿌리가 사방으로 퍼진다.

잎은 마주나고 자루가 없으며 바소 모양으로서 가장자리가 밋밋하고

3개의 큰 맥에 잎의 표면은 녹색이고 뒷면은 연한 녹색이다.


꽃은 8∼10월에 피고 자주색이며

잎겨드랑이와 끝에 달리고 포는 좁으며 바소꼴이다.

꽃받침은 통 모양이고 끝이 뾰족하게 갈라지며

뿌리는 용담(龍膽)이라고 하여 매우 쓴데, 건위제로 사용한다.

 

 

♣ 용담꽃 - 홍해리(洪海里)

   

비어 있는

마당으로

홀로 내리는

가을볕 같이


먼저 간 이를

땅에 묻고 돌아와

바라보는

하늘빛 같이


이냥

서럽고 쓸쓸한

가을의 서정


슬픔도 슬픔으로 되돌아가고

아아

비어 있는 마음 한 자락

홀로 가득하다.

 

 

♣ 용담꽃은 용담꽃 아니었다 - 한영옥

 

당신은 당신 아니었다.

흙담집 창호문 안에서

쏟아지는 눈발을 바라다보는

가만한 웃음 당신을

쏟아지는 눈발 속에서 보았다

눈발마다 묻어나는 그 웃음 따라가다

나는 그만 그 방에 들었다

그런데 마주친 당신은 당신 아니었다

당신 비슷하긴 했어도……


용담꽃은 용담꽃 아니었다

청보라빛 입술에 산그늘을 걸치고

가을 풀섶으로 몸을 다 가린 용담꽃을

흔들리던 하루가 잦아드는 어스름에

나는 그만 꺾어들고 말았다

그런데 용담꽃은 용담꽃 아니었다

용담꽃 비슷하긴 했어도……

 

 

♣ 두고 온 용담 - 서연정


산행 때마다 보게 되는 몸부림이 있다


예순 나이가 넘어도

뵈는 것이 예쁜 그만큼

몸서리치게 가지고 싶어서

욕심은 또 젊을 적 육욕처럼 거칠어서는

눈독들인 것마다 움켜쥐려는 저 갈퀴손


뿌리째 내 뜰에 옮겨오고 싶은 꽃이 왜 없으랴


고스란히 두고 온 용담

이윽하게 바라만보는 날

끌어안고 싶은 갈비뼈가 홀로 으스러진다


 

♣ 늦가을 용담 - 김귀녀


인고의 세월

기다리고 또 기다리며

모두 떠난 빈자리에

함초롬히 피어있는 청순한 새색시


꽃반지 끼워주며

언제 오마고, 약속하고 떠난 임

언제 올까

굽이굽이 굽은 산길 바라보며

목 빠지게 기다린다


달님이 지나가면

말없이 웃고

새벽이슬 내리면 눈물 흘리고

중천에 떠오르는

해님을 보며

쌓인 설움 토해내며 울먹거린다


돌아오는 소식마다

가슴만 후벼 파고

뭉친 가슴 쓸어안고 서성이다 해가 지는

한 맺힌 여인

속가슴엔

시퍼런 멍 자국 골이 패인다

 

 

 

출처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글쓴이 : 김창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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