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일주일 전 삼형제오름과 노로오름 사이의 늪지
햇볕이 잘 드는 곳에 피어난 용담꽃
그 날 그 주변 숲엔 단풍이 볼만 했는데
두어 송이로 그 많은 단풍의 색과 대조를 이룬다.
그보다 또 일주일 전 고도가 아주 차이가 나는
따라비오름 자락으로 막 접어드는 곳
가시덤불 앞에 목을 살포시 빼들고 피어 있던
용담꽃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용담(龍膽)은 쌍떡잎식물 합판화군 용담목 용담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산지의 풀밭에서 자라는데, 4개의 가는 줄이 있으며 굵은 수염뿌리가 사방으로 퍼진다.
잎은 마주나고 자루가 없으며 바소 모양으로서 가장자리가 밋밋하고
3개의 큰 맥에 잎의 표면은 녹색이고 뒷면은 연한 녹색이다.
꽃은 8∼10월에 피고 자주색이며
잎겨드랑이와 끝에 달리고 포는 좁으며 바소꼴이다.
꽃받침은 통 모양이고 끝이 뾰족하게 갈라지며
뿌리는 용담(龍膽)이라고 하여 매우 쓴데, 건위제로 사용한다.
♣ 용담꽃 - 홍해리(洪海里)
비어 있는
마당으로
홀로 내리는
가을볕 같이
먼저 간 이를
땅에 묻고 돌아와
바라보는
하늘빛 같이
이냥
서럽고 쓸쓸한
이
가을의 서정
슬픔도 슬픔으로 되돌아가고
아아
비어 있는 마음 한 자락
홀로 가득하다.
♣ 용담꽃은 용담꽃 아니었다 - 한영옥
당신은 당신 아니었다.
흙담집 창호문 안에서
쏟아지는 눈발을 바라다보는
가만한 웃음 당신을
쏟아지는 눈발 속에서 보았다
눈발마다 묻어나는 그 웃음 따라가다
나는 그만 그 방에 들었다
그런데 마주친 당신은 당신 아니었다
당신 비슷하긴 했어도……
용담꽃은 용담꽃 아니었다
청보라빛 입술에 산그늘을 걸치고
가을 풀섶으로 몸을 다 가린 용담꽃을
흔들리던 하루가 잦아드는 어스름에
나는 그만 꺾어들고 말았다
그런데 용담꽃은 용담꽃 아니었다
용담꽃 비슷하긴 했어도……
♣ 두고 온 용담 - 서연정
산행 때마다 보게 되는 몸부림이 있다
예순 나이가 넘어도
뵈는 것이 예쁜 그만큼
몸서리치게 가지고 싶어서
욕심은 또 젊을 적 육욕처럼 거칠어서는
눈독들인 것마다 움켜쥐려는 저 갈퀴손
뿌리째 내 뜰에 옮겨오고 싶은 꽃이 왜 없으랴
고스란히 두고 온 용담
이윽하게 바라만보는 날
끌어안고 싶은 갈비뼈가 홀로 으스러진다
♣ 늦가을 용담 - 김귀녀
인고의 세월
기다리고 또 기다리며
모두 떠난 빈자리에
함초롬히 피어있는 청순한 새색시
꽃반지 끼워주며
언제 오마고, 약속하고 떠난 임
언제 올까
굽이굽이 굽은 산길 바라보며
목 빠지게 기다린다
달님이 지나가면
말없이 웃고
새벽이슬 내리면 눈물 흘리고
중천에 떠오르는
해님을 보며
쌓인 설움 토해내며 울먹거린다
돌아오는 소식마다
가슴만 후벼 파고
뭉친 가슴 쓸어안고 서성이다 해가 지는
한 맺힌 여인
속가슴엔
시퍼런 멍 자국 골이 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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