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스크랩] 洗蘭精舍에서 건지는 詩 하나.

洪 海 里 2007. 10. 20. 10:57

 

 

 

 

 

 

 

 

 순수무후한 우리들의 블로그 세상,

그 아메바적 영혼들이 맑고 투명한 언어와 정서로 생성과 소멸을 함께 하고 있는

 다음 블로그 뜰에는 "洗蘭軒" 이라는 블로그 집이 있습니다.

 

세란헌(洗蘭軒)은 삼각산 우이동 골짜기에 절 같으면서 암자 같기도한

고아로운 난초 이파리 깨끗히 씻으며 맑은 감성으로 시를 쓰는 집 입니다. 

집 주인은 한국 시단의 원로 시인으로 사단법인 [우리시 진흥회]의 대표자가 되시는

洪海里 시인이십니다.

 

몇일전, 홍해리 시인께서 20년 동안이나 열정으로 이끌어 오신 시낭송회와 관련해서

홍해리 시인 으로 부터 귀한 옥고 시집 두권을 선물 받은 일이 있습니다.

시가 건성으로 읽히는 정서와 사유가 건조한 세상을 살면서 오래 오래 곁에 두고 읽을 셈입니다만,

가을이 점점 깊어가는 시기에 홍 시인의 보석 같은 영롱한 시집 <봄, 벼락치다>가운데

이 가을과 관련이 깊은 시 한편을 골라서 나의 블로그에 옮겨 봅니다.

 

 

 

 

 

 

가을 들녘에 서면

 

 

                            시 *  홍   해    리

다들 돌아간 자리

어머니 홀로 누워 계시네

줄줄이 여덟 자식 키워 보내고

다 꺼내 먹은 김칫독처럼

다 퍼내 먹은 쌀뒤주처럼

한 해의 고단한 노동을 마친

허허한 어머니의 생生이 누워 계시네

알곡 하나하나 다 거두어 간

꾸불꾸불한 논길을 따라

겨울바람 매섭게 몰려오는

기러기 하늘

어둠만 어머니 가슴으로 내려앉고

멀리 보이는 길에는 막차도 끊겼는가

낮은 처마 밑 흐릿한 불빛

맛 있는 한 끼의 밥상을 위하여

빈 몸 하나 허허로이 누워 계시네.

 

 

 

맛 있는 한 끼의 밥상을 위하여 어머니께서 하시던 일은

신비에 가까운 놀라우신 노고의 일이 셨습니다.

다 내어주고

모든 것들 다 주어버리고

텅빈 들녘,

모든 생명체의 생성을 위해 헌신과 노고로 일관 하시던 넓고 넓은 어머니 마음.

늘 채우려고만 하는

우리들 욕심이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어머니! 어머니!

자연은 우리에게 무엇 하나 요구하거나 강요하는 일이 없는데

사람이 자연에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고 빼앗고 허뭅니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 입니다.

참으로 눈물겨운 당신의 마음자리에

오늘도 넉넉하고 풍성한 수확이 이루어집니다

고맙습니다. 어머니.

 

 

 

 

  

글 쓴이 cosmos

 

 

 

 

 

 

 

 

출처 : 사색의 뒤안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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