酒변잡기·洪錫珉 기자

<酒변잡기> 와인선물, 받는 사람 나이 - 취향 고려해야

洪 海 里 2007. 12. 12. 09:12
와인선물, 받는 사람 나이-취향 고려해야


블루벨리 아이스와인
LAYER end -->《“아버지가 와인을 선물 받았는데 비싼 와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혹시 와인이 상할까봐 냉장고에 보관해 뒀는데 어떤 와인인지 궁금합니다. 와인 이름이 Romanee-Conti라고 돼 있습니다.” 얼마 전 한 인터넷 와인 사이트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와인인 로마네콩티는 세계 최고의 와인으로 꼽힌다. 아무리 빈티지(수확연도)가 안 좋아도 500만 원 이상을 줘야 한다. 그러나 냉장고에 넣는 순간 와인의 가치는 확 떨어진다.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와인입니다. 귀한 자리에서 좋은 분들과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라는 메모라도 적었더라면….》

국내에도 와인 애호가가 늘면서 와인을 선물하는 일이 많아졌다. 산지와 품종, 브랜드, 빈티지 등을 다 고려하면 세계적으로 수천만 가지의 와인이 있다. 국내에도 1만여 종의 와인이 수입돼 있다. 전문점에 가면 보통 수천 종이 기다린다. 와인 고르기는 쉽지 않다.

와인나라(www.winenara.com)의 도움말로 받는 사람에게 어울리는 와인을 골라 봤다.

▽나이에 맞는 와인=20대는 와인을 서서히 좋아하게 되는 시기. 여름이 다가오는 것을 생각하면 약간 단 맛이 나면서 상큼한 화이트 와인이 제격이다. 호주의 블루벨리 아이스와인은 마시고 난 후 병을 꽃병으로 써도 좋을 만큼 괜찮다. 2만 원대. 캐나다나 독일산 아이스와인은 8만 원 이상을 줘야 한다.


 

프랑스의 트림바크 게부르츠트라미너는 장미향이 일품. 가볍고 단맛이 나기 때문에 약간 매운 음식과 잘 어울린다. 게부르츠트라미너는 화이트 와인용 포도 품종인데 단맛에 빠져 마시다 보면 취하기 때문에 ‘작업용’이라는 딱지가 붙었다.

30대는 가격에 비해 실속이 있는 와인을 선물하면 좋을 듯. 미셀린치 카베르네 소비뇽 리저브는 정명훈이 자신의 하우스 와인으로 즐긴다는 샤토 린취바쥐를 만드는 곳에서 나온 브랜드 와인이다. 정통 보르도 스타일로 묵직하고 진한 레드 와인.

이탈리아 키안티 지방의 와인은 한국 음식과 잘 맞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몬테안티코는 3만 원 안짝에 구입할 수 있는데 세계적인 와인 잡지에서 좋은 평을 받았다.

40대 이상은 약간 비싼 게 어울린다. 이탈리아 와인인 알레그리니 아마로네는 알코올 도수 15도의 진한 와인. 수확한 포도를 말려 당도를 높인 덕분에 도수가 높아졌다. 장기 보관도 가능하다. 17만 원 선.

역시 이탈리아 와인인 사시카야는 와인 애호가치고 모르는 사람이 없는 와인. 국가별로 할당되는 수량이 있을 정도다. 국내엔 2월에 들어온 2001년 빈티지가 남아 있다. 30만 원.

▽성격에 맞는 와인=차분하며 조용한 성격에는 와인의 향과 색, 맛을 천천히 맛볼 수 있는 와인이 좋다. 이탈리아나 프랑스의 다소 고급스러운 와인이 적당하다.

이탈리아의 스트라디바리오는 피에몬테 지방의 바르베라 포도로 만든 와인. 라벨의 현악기가 멋스럽고 시간이 지날수록 향이 더욱 살아난다. 13만5000원.

프랑스 마고 지방의 샤토 도작은 모나지 않고 균형 잡힌 맛과 색이 일품이다. 빈티지에 따라 다르지만 16만 원 선.

유행에 민감한 사람에겐 화젯거리가 있는 와인이 좋다. 스파클링 와인인 모에샹동은 줄리아 로버츠와 주드 로 주연의 ‘클로저’에 등장한다. 5만9000원.

역시 스파클링 와인인 돔페리뇽은 ‘이탈리안 잡’에서 도둑들이 병째 마시는 장면이 나온다. 16만 원.

▽와인 선물 노하우=우선 받는 사람이 와인을 즐기는지, 초보자인지를 반드시 알고 선물해야 한다.

또 주류전문점보다는 전문 와인 매장을 찾는 게 좋다. 갖춰 놓은 와인 종류도 다양할뿐더러 종업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태어난 해에 나온 와인처럼 선물 받는 사람과 연관된 빈티지의 와인을 선물하면 기억에 오래 남는다.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와인은 복잡 미묘…여인의 향기처럼"


"와인 향기 맡아보실래요?"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1층 와인 바 '바인' 에서 여성 소믈리에 3명이 와인을 들고 건배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선희, 양정희, 김수연 소믈리에. 박주일기자

LAYER end -->《“와인은 평생 친구이자 인생의 동반자입니다”(김수연 소믈리에)

“와인은 사랑이에요. 남자 고객이 와인에 반지를 빠뜨린 뒤 같이 온 여자친구에게 청혼하는 장면을 봤는데 정말 부럽더라고요.”(양정희 소믈리에)

“와인은 여인의 향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복잡 미묘하기 때문이죠. 때와 장소에 따라 수시로 변합니다.”(김선희 소믈리에)》

19일 오후 롯데호텔 1층에 위치한 ‘바인’ 레스토랑에서는 소믈리에 3인의 와인 예찬이 시작됐다. 소믈리에란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단에 맞게 와인을 골라주는 와인 전담 직원. 소믈리에 경력 1년반째인 김선희(33) 양정희(33) 김수연씨(30). 와인을 알게 되고 좋아하게 된 이유는 서로 다르지만 와인을 사랑하는 마음은 똑같다고 입을 모았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와인을 즐기는 사람은 그리 흔하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에는 술 얘기를 하면서 와인을 빼놓고 말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와인이 대중화되는 추세다. 지난 추석 명절 때에는 백화점에서 와인 선물이 불티나게 팔려나가기도 했다.“

●와인이 인기 있는 까닭

왜 와인이 인기냐고요? 요즘은 독한 술을 마시고 일찍 취하기보다는 천천히 음미하면서 대화하는 술 문화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와인이 건강에 좋다는 연구 결과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진 측면도 무시할 수 없죠.”(김선희 소믈리에)

와인은 혈관확장제 역할을 해서 협심증과 뇌중풍을 비롯한 심장질환 발생 가능성을 줄이고, 노인이라도 적당량의 와인을 꾸준히 마시면 알츠하이머병 등 정신 질환에 잘 걸리지 않는 노화방지 기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항암 △스트레스 해소 △체내 박테리아 제거 △소화 촉진 등의 기능이 보도되고 있다.

김수연 소믈리에는 요즘 들어 와인의 인기를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와인=돈 많은 사람들이 먹는 술’이라는 막연한 인식이 일부 있었는데 싸면서도 괜찮은 와인이 많아져 누구나 마실 수 있는 대중주로 변했다는 것.

“와인은 한 잔으로 두 시간 동안 얘기할 수 있는 매력이 있습니다. 와인잔의 스템(다리)이 긴 이유는 ‘천천히 얘기하면서 마시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와인 얘기부터 대화를 하다 보면 인생사까지 이어집니다.”

●와인을 맛있게 즐기려면

같은 와인이라도 보관 방법과 온도, 숙성 정도 등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대체로 오래 숙성시킨 와인이 고급 와인으로 분류되지만 보졸레 누보처럼 수확해서 바로 마시는 게 좋은 와인도 있다. 보졸레 누보는 11월 셋째주 목요일부터 전세계에서 동시에 판매되는 햇와인.

양정희 소믈리에는 “화이트 와인은 좀 차게 드세요. 보관할 때도 6, 7도 정도로 유지해야 하고요. 하지만 레드 와인은 17, 18도 정도가 가장 좋아요”라고 보관 온도를 강조했다. 김선희 소믈리에는 “눕혀서 보관해야 한다는 점도 잊지 마세요. 세워두면 코르크 마개가 말라 쪼그라들면서 공기가 스며들 수 있거든요. 햇빛도 막아줘야 하고요”라고 옆에서 한 수 거들었다.

김수연 소믈리에는 혀의 상태에 주목했다.

“와인은 아침이 가장 맛을 느끼기에 좋은 시간입니다. 차가운 물을 마시면 혀가 얼얼해져 제 맛을 느낄 수 없습니다. 맵거나 짠 자극적인 음식을 먹었을 때는 빵을 조금 먹어 입을 중화시킨 뒤에 와인을 마시면 됩니다.”

와인 잔도 맛에 약간의 영향을 미친다. 와인을 잔에 따른 뒤 향기를 제대로 맡으려면 잔을 천천히 돌린다. 와인 속에 숨어있는 향기를 모으기 위해서다.

“부르고뉴 와인은 향기가 약하기 때문에 입이 넓은 잔을 사용하고, 보르도 와인은 향이 강해 입이 조금 좁은 와인잔을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김수연 소믈리에)

●와인과 음식은 궁합이 따로 있다?

흔히 알고 있는 와인에 대한 상식은 생선 요리에는 화이트 와인, 육류 요리에는 레드 와인이 좋다는 것이다. 또한 신맛이 나는 음식에는 신맛의 와인, 달콤한 음식에는 달콤한 와인, 씹히는 느낌이 있는 음식에는 타닌 성분이 많은 와인 등을 택하면 균형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를 들어 화이트 와인과 생선의 궁합은 화이트 와인에 포함된 신맛이 생선의 비린 냄새를 중화시켜주기 때문에 맞는다는 것. 이 밖에도 수천년간 와인 애호가들에 의해서 무슨 음식에는 어떤 종류의 와인이 잘 맞는다는 수많은 규칙이 내려오고 있지만 철칙(鐵則)은 없다고 소믈리에들은 강조했다.

와인과 음식의 조화에 있어 마지막 판단은 개인의 입맛에 달려있다는 것. 김수연 소믈리에는 “본인의 입맛에 맞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김치가 레드 와인과 잘 맞는다고 느낀다면 그 자체로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와인을 잘 모른다면

많은 와인을 보유한 고급 레스토랑에 가면 어떤 와인을 고를지 망설여진다. 메뉴판을 보고도 어떤 와인이 어떤지를 알기가 쉽지 않기 때문. 이때에는 묻는 것을 창피하게 여기지 말고 소믈리에와 같은 직원의 도움을 청하면 문제가 해결된다.

김선희 소믈리에는 손님의 취향에 따라 와인을 권해주는 편이다. 강한 맛을 원하는지, 부드러운 맛을 찾는지와 와인의 산지(産地), 원하는 가격대 등을 파악하고 나면 적절한 와인을 권할 수 있다는 것.

“원하는 가격대를 대놓고 묻기가 꺼려지면 1인당 식사 가격을 보고 판단하곤 합니다.”

김수연 소믈리에는 “맛있는 와인 주세요”라고 말하는 손님에게는 미국 와인을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프랑스 와인은 전통적인 맛을 고집합니다. 미국 와인은 세계인의 입맛에 계속 맞춰가며 와인을 만듭니다. (초보 손님인 경우) 미국 와인을 권해드리면 10명이면 10명 모두 맛있다고 합니다.”

소믈리에들은 마지막으로 와인은 건강에 좋다는 말만 믿고 과음하면 오히려 몸을 해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와인 한 잔이 밥 3분의 1 공기 열량과 비슷해 너무 많이 마시면 살이 찔 수 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