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詩』와 우이시낭송회

[스크랩] 임보 시인 제12회『시와시학상』수상 / 민문자

洪 海 里 2007. 12. 24. 05:27

임보 시인 제12회『시와 시학상』수상

  겨울이 깊어가고 송년과 더불어 여기저기 문학행사에 가벼운 흥분을 느끼며 잦은 나들이가 계속되었다. 그중에 12월 13일은 색다른 하루였다. 인터넷상으로 만나서 마음으로 존경하는 스승이 문학상을 수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분을 알고 지내는 지가 꽤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그분에 대하여 아는 바가 없다. 다만 “작가는 작품으로 말한다.” 라고 하지 않는가. 그분의 작품과 시론(詩論)에 매료되어 꾸준히 그분의 카페에 드나들며 그분의 글 향기를 탐하였으므로 수상소식에 아름다운 꽃다발을 안겨드리고 싶었다.


  황금색 소국(小菊)과 빨간 카네이션 꽃송이에 하얀 안개꽃과 연분홍 글라디올러스를 노란망사로 감싸 만든 꽃다발은 그윽하게 향기로웠다.


  시간에 맞추어 시상식장에 도착하니 지혜로운 여인, 꿈 초롱이 먼저 와 있었다. 우선 선생님과 인사를 하고 내로라하는 원로문인들의 면면을 알아 뵙고 인사를 드렸다.


단상에 수상자 세 분이 앉고 시상식은 시작되었다.

 『시와 시학』의 기획위원 윤효 시인의 사회로 우선『시와 시학』의 편집주간인 인하대 프랑스문화 교수인 가림 이계진 시인이 여는 말씀이 있었다.


사회자는 김남조 원로시인, 조오현 스님, 나태주 시인, 신달자 시인, 허영만 시인, 고창수 시인, 이숭원 평론가, 이재무 시인, 『시와 시학』운영위원장 김진환 변호사,『시와 시학』회장 유자효 시인 등을 소개하였다.


김진환 『시와 시학』운영위원장 말씀에는『시와 시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했다.

“뼈를 깎는 아픔을 감내하며『시와 시학』68호를 내놓은 줄 알고 있다.『시와 시학』을 돕는 일이 많은 시인을 위하는 일이라 생각하고 있다.”라고 하면서 편집주간인 이가림 시인에게 후원금을 전달하였다.


다음은 김남조 시인의 축사가 있었다.

“이곳의 공기 입자들이 청결한 것 같다. 임보 선생이 잘 숨어 있었다. 좋은 시를 쓰며 수상경력 없이 잘 숨어 계셔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한국은 이상한 나라다. 의자 여섯 개를 놓으라 했는데 본인들만 나와 앉았다.”라고 하며 행사를 주관하는 분들을 힐책하였다.


  다음은 색 고운 다홍색 드레스의 소프라노 김혜란 한양대 강사의 「추억」과 「수선화」축가는 청아한 목소리로 청중을 잠시 무아경에 가두었다.  

        

 심사위원 김남조, 고은, 김윤식, 정희성, 이가림, 다섯 명을 대표하여 서울대 명예교수 김윤식 문학평론가의 심사평이 있었다.“시집『장닭 설법』의 임보 시인, 임보는 랭보를 본뜬 것 같다. 장닭이 설법을 한다는 것이 수상하다.”


  “‘나나이모’란 인디안 말로 ‘모두 여기 다 모여라.’라는 뜻이다. 또한, 나나이모(Nanaimo)는 캐나다 밴쿠버의 섬 이름이기도 한데 박상륭이란 작가가 사는 동네이다. ‘『나나이모』, 이것을 보고 시를 쓰지 않는 한국작가는 없을 것이다.’라고 생각했다.『이모』를 쓴 오정숙은 소설가이다. 임보 시인은 틀림없는 시인이다.”라고 우회적으로 임보 시인을 극찬했다.


 “김완하 시인의『허공이 키우는 나무』의 ‘허공’은 니체가 말하는 허무도 아니고 자기가 말하는 허무라고 생각된다. 대단히 치열한 허공중에 뻗어나가는 절망적인 것이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다.”

“홍용희 교수의『대지의 문법과 시적 상상』은 옛날 것을 쓴 것으로 보아 대단히 구식이다. 그러나 문학적 깨달음을 건져낸 느낌은 받았다.”라고 한 말씀은 전통을 소중히 하되 전통성에 매몰되지 않고 오래된 것에서 새로움을 추구하는 홍교수의 사유에 대한 칭찬인가 보다.


  김추인 시인의 『장닭 설법』시 낭송이 있었는데 사족(蛇足)이 십여 분 이상 진행되어 편집주간 이가림 시인이 안절부절 못하며 제지하는 손짓을 하고 여러 사람을 짜증나게 했다.

 이광순 시낭송가는 아름다운 목소리로 김완하 시인의 시를 잘 낭송 했는데 이 분도 짧지만

사족(蛇足)을 달았다. 시 낭송은 그저 깔끔하게 낭송시만 낭송하는 것이 듣기에 좋다.


  사회자의 안내에 따라 임보 시인은 조오현 스님 시인으로 부터「작품상」을, 홍용희 시인은 김윤식 평론가로부터「평론 상」을, 김완하 시인에게는 김남조 시인으로 부터 「젊은 시인 상」을 수상했다. 나는 임보 선생님께 준비해 온 꽃다발을 안겨드리고 사진을 찍었다.


  임보 시인은 “속이 덜 차서인지 칭찬을 해주니 기분이 괜찮다. 이런 기회를 주신『시와 시학 상』심사 선생님들과 여러 문단 선배동료 시인들께도 감사한다. 앞으로 어떻게 시를 감동적으로 쓸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열심히 시를 쓰겠다.”라고 수상소감을 말하였다. 그리고 사회자의 인사소개가 빠진 것을 챙겨 “한국현대시의 전통성 추구를 고집하는『우리시』의 대표 홍해리 시인” 이라고 소개를 하였다.


  홍용희 평론가는『시와 시학』68호에 실려 있는 소감을 낭독하였다.

 “문학공부는 저에게 충만한 즐거움을 주기보다는 아득한 절망에 더욱 시달리게 했다. 삶의 굽이마다 저를 지켜주는 소중한 버팀목이 되어주었지만 수시로 열등감과 소심함에 부대끼게 했다. 이것은 제가 너무 조급한 지적 욕망에 빠져있거나 문학공부를 비속한 일상의 경쟁논리에 끌어넣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던가 싶다. 성리학자 이황은 학문에 의한 깨달음을 통해 스스로 맑게 흐르는 물처럼 되고자했던 것이다. (溪上始定居, 臨有日有省) ”


  “저 역시 우리 문학의 작품의 저 빛나는 성채들을, 지적 욕망에 앞서 깨달음의 집으로 삼아야겠다. 그것이 문학도로서의 올바른 공부길이며 인생길이라는 것을 새삼 깨우치게 된다. 부족한 책을 수상작으로 뽑아준 심사위원님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김완하 시인은 미리 준비한 메모를 낭독했다.

“이 자리에 서고 보니 이 자리가 얼마나 큰지 모르겠다. 네 번째 시집을 내고 시에 대하여 좀 자연스러울 수가 있었다. 앞으로 더 좋은 시를 쓸 수 있을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젊은 시인상에 누가 되지 않도록 좋은 시를 쓰겠다.”

 다음은 설악산주인 조오현 스님의 격려 말씀이 있겠다고 사회자 소개가 있었다. 스님은 손을 번쩍 들어 수상자들에게 “축하한다.”는 한마디 말과 제스처로 끝냈다.  

       

  『시와 시학』회장 유자효 시인과『시와 시학』상임고문 김남조 시인이 축하의 말씀과 『시와 시학 상』에 대해서 말하였다. “『시와 시학 상』은 1991년 봄 ‘하늘엔 별, 땅엔 꽃, 사람에겐 시(詩)’를 표어로 출범한 시전문 계간지『시와 시학』이 창간 5주년을 기념하여 제정한 문학상이다. 지난 2년간 발간된 창작집 가운데 문학성이 뛰어난 시와 비평적 엄격성을 보여준 평론을 대상으로 그간의 노고와 업적을 평가하고 격려하고자 뜻있는 분들의 정성으로 마련한 순수한 뜻의 문학이다. 이 상의 특징은 이상을 받은 분들이 더 좋은 작품을 쓰는데 있다.”라고 하였다.


  행사가 끝나고 뒤쪽에 마련된 뷔페음식에 줄을 이어 섰는데 설악산자락에서나 뵈올 조오현 스님이 군중과 함께하는 식사모습을 렌즈에 담았다. 만해마을에서 뵈올 때보다 아주 건강하신 동안(童顔)이라 보기가 좋았다.

 

  임보 시인 댁에서 미리 예약해 둔 『북촌칼국수』로 꿈 초롱과 함께 임보 선생님 가족을 따라 갔다. 임보 선생님 부부는 아들딸 손 자녀와 함께『우리시』의 많은 회원과 축배를 들고 만찬을 즐겼다. 부창부수(夫唱婦隨)라 했던가. 이 시대에 보기 드문 참 선비가족을 만나 뵙고 존경하는 마음을 더했다. 


임보 시인은 1939년 음력 5월 13일에 태어나 서울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1962년 『현대 문학』지에 등단하였다. 수도여고, 서울예고, 선덕여고 교사생활과 성균관대, 광운대에서 강사를 거쳐 충북대학교 인문대학 교수로 2005년 정년을 맞았다.


  시집에는『山房動動』 『木馬日記』『은수달 사냥』 『황소의 뿔』 『날아가는 은빛 연못』『겨울, 하늘소의 춤』『구름 위의 다락마을』『운주천불』『사슴의 머리에 뿔은 왜 달았는가』『장닭 설법』이 있고 시론집에는『현대시 운율 구조론』『엄살의 시학』이 있다.



실버넷뉴스 민문자 기자 mjmin7@silvernews.or.kr


출처 : 우리시회(URI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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