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임보 시인께> 구름 위의 다락마을 - 洪海里

洪 海 里 2008. 2. 19. 17:45

 

구름 위의 다락마을 촌장

- 임 보

 

洪 海 里


  거의 매일이다시피 만나면서 이런 글을 쓰자니 무슨 말부터 시작을 해야 할지 막막해집니다. 우선 올해 출간한 시집『장닭 설법』으로『시와시학』에서 제정한 큰 상을 타게 된 것을 축하합니다.

  그 동안 우리는 가장 많은 시간을 술잔을 앞에 놓고 마주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성질이 급한 나는 늘 먼저 취해서 고꾸라지고 형은 늘 스스로를 추슬러 잔잔한 호수 같았습니다. 그러니 은빛 연못을 날아가게 하고 장닭으로 하여금 설법을 하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까?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술잔에서는 시가 날아올랐고 노래가 번져나갔습니다. 그것이 동인지 『우이동』으로 싹이 터 지금의 월간『우리시』가 되었습니다. 그간 시낭송회를 매달 진행하고 봄가을로 산에 올라 천지신명께 제를 올리는 북한산 자락에서의 시화제(詩花祭)와 단풍시제(丹楓詩祭)가 이제는 전국적인 시의 잔치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심어 가꾸고 있는 수십 그루의 복숭아나무가 어우러져 있는 우이도원(牛耳桃源)은 우리들의 성지가 되었습니다. 이 모든 일이 형의 아이디어로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까?

  올해 출간한 시집『장닭 설법』을 보면 형이 꿈꾸고 있는 세상이 어떤 것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한결같이 변함이 없는 것 같으면서도 물속으로 흐르는 물처럼 변해왔고 변하는 듯하면서도 잔잔하기 호수 같은, 또는 바위 같은, 일관된 시 정신을 올곧게 간직해왔습니다. 꿈이로다, 꿈이로다 하고 구성지게 읊어대면서 꿈속에서 노는가 하면 어느새 꿈 밖에서 뚜벅뚜벅 걷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아직도 시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나는 시 속에서 재미를 찾아볼 수 있는 작품을 써 보지도 못했고 쉬우면서도 도끼로 이마를 찍는, 아니 죽비로 등짝을 시원하게 내리치는 듯한 감동을 안겨주는 시 한 편 만들지 못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언젠가 마이산 쪽으로 함께 갔을 때 소설을 구상하고 있다는 얘길 한 적이 있었습니다.  모르면 몰라도 그때 임보 형은 암마이봉과 수마이봉의 거대한 두 개의 귀를 움켜쥔 걸로 압니다. 이제 박차를 가하면 요란한 말발굽 소리와 함께 훌륭한 내용의 소설 한 편을 만나게 되리라 기대합니다. 시인이 쓴 시 같은 소설이 이 땅의 독자들에게 신선한 감동의 해일을 맞게 해 줄 것으로 믿습니다. 그 속에는 한국의 불가사의 가운데 하나인 마이산 탑사와 그곳에 만불탑을 쌓아 올린 이갑룡 처사의 신비에 쌓인 이야기가 신서의 내용과 함께 들어 있을 것으로 압니다.

  이미 제목까지 정해 놓고 발간을 기다리고 있는 몇 권의 시집이 곧 세상에 빛을 발하게 되길 또한 기다립니다. 입으로 글을 쓰고 말로 시를 쓰는 나와 같은 수많은 이 땅의 시인들에게 등롱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부디 건강하시기를 빕니다


(계간『시안』38호. 2007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