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를 밝히다
洪 海 里
洪 海 里
여자를 밝힌다고 욕하지 마라
음란한 놈이라고
관음증 환자라고 치부하지 마라
입때껏 치부를 한 것도 없고
드러낼 치부도 하나 없다
여자를 활짝 핀 꽃 같이 밝혀주는 것은
무엇일까
환한 대낮같이 열어주는 것은 무엇인가
어둔 길을 갈 때
등롱을 들 듯
꽃이라도 들어야 하는 것인가
등명접시 받쳐 놓고
불을 댕길 일인가, 아니지,
여자는 스스로 열리는 호수
환하게 빛나는 대지라서
하늘 아래
세상에서 여자를 밝힐 일은 없다.
- 시집『황금감옥』(2008, 우리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