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스크랩] 산벚나무 꽃잎 다 날리고

洪 海 里 2008. 5. 30. 16:02

 

 

 

산벚나무 꽃잎 다 날리고 ― 隱寂庵에서

      

                        시 : 홍해리

                      그림 : 김성로


꽃 지며 피는 이파리도 연하고 고와라

때가 되면 자는 바람에도 봄비처럼 내리는

엷은 듯 붉은빛 꽃 이파리 이파리여

잠깐 머물던 자리 버리고 하릴없이,

혹은 홀연히 오리나무 사이사이로

하르르하르르 내리는 산골짜기 암자터

기왕 가야할 길 망설일 것 있으랴만

우리들의 그리움도 사랑도 저리 지고 마는가

온 길이 어디고 갈 길이 어디든 어떠랴

하늘 가득 점점이 날리는 마음결마다

귀먹은 꽃 이파리 말도 못하고 아득히,

하늘하늘 깃털처럼 하염없이 지고 있는데

우리들 사는 게 구름결이 아니겠느냐

우리가 가는 길이 물길 따르는 것일지라

흐르다 보면 우리도 문득 물빛으로 바래서

누군가를 위해 잠시 그들의 노래가 될 수 있으랴

재자재자 끊임없이 흘러가는 물소리 따라

마음속 구름집도 그냥 삭아내리지마는

새로 피어나는 초록빛 이파리 더욱 고와라

 

 

 

 

출처 : 김성로
글쓴이 : 솔뫼 김성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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