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시집『금강초롱』(2013)

꽃다지꽃

洪 海 里 2013. 10. 23. 13:54

 

 

꽃다지꽃

 

洪 海 里

 


1.
꽃에서 꽃으로 가는 완행열차
나른한 봄날의 기적을 울리며 도착하고 있다
연초록 보드란 외투를 걸친 쬐그마한 계집애
샛노랗게 웃고 있는 앙증맞은 몸뚱어리
누가 천불나게 기다린다고
누가 저를 못 본다고
포한할까 봐 숨막히게 달려와서
얼음 녹아 흐르는 투명한 물소리에, 겨우내내
염장했던 그리움을 죄다 녹여, 산득산득
풀어 놓지만 애먼 것만 잡는 건 아닌지
나무들은 아직도 생각이 깊어 움쩍 않고
홀로 울고 있는 초등학교 풍금소리 가득 싣고
바글바글 끓고 있는 첫사랑,


꽃다지꽃.

 

 

 

 

2.

오슬오슬

귓속 솜털 사이로

간지럽게 날아들던

낮으막한 풍금 소리

사뿐사뿐 눌러 대던

갓 졸업하고 온

처녀 선생님

하얀 손가락

3학년이었던가

5학년 때였던가

아련히 피어 있는

꽃다지꽃.

 

 

* 꽃다지 : http://blog.daum.net/ch66da 에서 옮김.

 

 

'꽃시집『금강초롱』(2013)'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인의 말>   (0) 2013.10.23
  (0) 2013.10.23
둥근잎나팔꽃   (0) 2013.10.23
소심 개화  (0) 2013.10.23
동백꽃 속에는 적막이 산다  (0) 2013.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