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벼락치다 / 洪 海 里
천길 낭떠러지다, 봄은.
어디 불이라도 났는지
흔들리는 산자락마다 연분홍 파르티잔들
역병이 창궐하듯
여북했으면 저리들일까.
나무들은 소신공양을 하고 바위마다 향 피워 예불 드리는데
겨우내 다독였던 몸뚱어리 문 열고 나오는게 춘향이 여부없다
아련한 봄날 산것들 분통 챙겨 이리저리 연을 엮고 햇빛이 너무
맑아 내가 날 부르는 소리,
우주란 본시 한 채의 집이거늘 살피가 어디 있다고 새 날개
위에도 꽃가지에도 한자리 하지 못하고 잠행하는 바람처럼
마음의 삭도를 끼고 멍이 드는 윤이월 스무이틀 이마가 서늘한
북한산 기슭으로 도지는 화병,
벼락치고 있다, 소소명명!
(시집『봄, 벼락치다』2006, 우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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