酒변잡기·洪錫珉 기자

<酒변잡기> 사케 전문가 기요쓰네의 '청주예찬'

洪 海 里 2009. 9. 15. 17:19

사케 전문가 기요쓰네의 ‘청주 예찬’

[동아일보]

“청주 맛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무엇인가.”

마주앉은 그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짧은 침묵이 흐르더니 질문이 돌아왔다.

“한국 술인 소주를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가.”

처음부터 우문이었다. 하기야 술의 맛을 어찌 한 마디로 나타내랴. 같은 술이라도 때마다, 마시는 잔마다 다른 것을.

기요쓰네 가즈노리(59). 일본의 대표 술 ‘사케(청주)’ 전문가인 그는 자신을 ‘사케 코디네이터’라고 불러달라고 했다. 고도(古都) 교토에서 자랐고 프랑스에서 청주 전문점을 운영하기도 했다. 청주를 해외에 알리는 게 그의 일이다. 이번에 한국을 찾은 것도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 초청으로 간토지방의 최고급 청주를 소개하기 위해서다.

청주의 품질을 좌우하는 것은 생산지의 쌀과 물이다. 간토지방 중에서도 니가타, 나가노 지역은 물 좋고 쌀 맛있기로 유명한 지역이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구보타와 핫카이산도 이 지역에서 나온 것이다.

청주가 가진 장점을 물었다. 몇 가지 대답 가운데 스트레이트로 마시기 좋다는 점이 들어있다. 술 자체에 몰입하려면 역시 스트레이트가 제격이다.

청주는 데워서 마시는 얼마 안 되는 술이다. 물론 차게 마시거나 상온으로 마실 수도 있다. 왜 데우는가. 기요쓰네씨는 ‘미네노하쿠바이’를 살짝 데워서 마셔볼 것을 권했다. 입안에서 향이 부풀어 오르는 느낌이 그만이라는 것.

기요쓰네씨는 “고급 청주를 마실 땐 약간 차갑거나 데워도 체온보다 조금 더 따뜻할 정도로 마신다”고 말했다. 술이 품은 향이란 것은 성격이 민감한 애인과 같다. 약간만 차가우면 무겁게 가라앉고 조금이라도 뜨거우면 향이 사라져 제대로 맛이 안 난다.

청주는 쌀을 발효시켜 맑게 걸러낸다. 증류하지 않기 때문에 도수는 15도 정도. 쌀을 얼마나 깎느냐가 청주의 급을 결정한다. 최상품은 18.5%만 남길 정도다. 대부분이 버려지는 셈이다. 일반 청주는 60∼70% 남긴 쌀로 만든다. 일본에는 고햐쿠만고쿠(五百万石)나 야마다니시키(山田錦)처럼 술만 빚는 쌀이 따로 있다.

청주도 산지에 따라 맛이 다르다. 프랑스 와인도 보르도와 부르고뉴가 다르고 스카치도 하이랜드와 로랜드가 다른 것처럼. 더욱이 청주는 그 지방의 음식에 맞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

그러나 와인으로 치면 ‘소믈리에’ 격인 ‘기키자케시’들도 일본 내 수천 개 양조장 가운데 어느 곳에서 만든 청주인지 정확히 가려내는 건 힘들다고 했다. 기키자케시는 다만 술에 어울리는 요리를, 그리고 요리에 어울리는 술을 추천할 뿐이다.

기요쓰네씨는 “청주를 진짜 좋아하는 사람은 소금만 놓고도 마신다. 청주는 안주가 없어도 즐길 수 있는 술”이라고 말했다.

초보자들은 요리와 술을 비슷하게 가져가는 게 요령이다. 따뜻한 음식이면 술도 데우고, 음식이 차가우면 술도 차갑게, 이런 식이다. 맛이 강한 요리에는 청주 역시 강한 맛을 내는 것으로 고른다. 기요쓰네씨는 ‘마스미카덴데즈쿠리’라는 청주는 익은 김치 맛과 어울린다고 추천했다.

끝으로 던진 질문은 다시 우문이었다.

―화날 때와 기분 좋을 때 어울리는 청주가 있나.

“술은 없어도 불편하지 않다. 다만 친구가 있고 술이 있으면 더 즐거워질 뿐이다. 기분 나쁠 땐 아예 안 마시는 게 좋다.” 매일 술을 마신다는 그의 대답이다.

홍석민기자 sm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