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시> 둥근잎나팔꽃

洪 海 里 2009. 9. 25. 04:34

 

 

둥근잎나팔꽃

 

洪 海 里
 

 

 
아침에 피는 꽃은 누가 보고 싶어 피는가
홍자색 꽃 속으로
한번 들어가 보자고
가는 허리에 매달려 한나절을 기어오르다
어슴새벽부터 푸른 심장 뛰는 소리---,
헐떡이며 몇 백리를 가면
너의 첫 입술에 온몸이 녹을 듯, 허나,
하릴없다 하릴없다 유성으로 지는 꽃잎들
그림자만 밟아도 슬픔으로 무너질까
다가가기도 마음 겨워 눈물이 나서
너에게 가는 영혼마저 지워 버리노라면
억장 무너지는 일 어디 하나 둘이랴만
꽃 속 천리 해는 지고
타는 들길을 홀로 가는 사내
천년의 고독을 안고, 어둠 속으로
뒷모습이 언뜻 하얗게 지워지고 있다. 

   -『봄, 벼락치다』 (우리글. 2006) 
 

 

*위의 나팔꽃은 김창집 님의 블로그(http://blog.daum.net/jib17)에서 옮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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