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化된 洪海里

<시> 네 마리의 소 / 임보

洪 海 里 2009. 10. 9. 17:51

 

네 마리의 소 / 염소  

 

임 보

 

고불古佛 이생진李生珍은 물소

포우抱牛 채희문蔡熙汶은 황소

난정蘭丁 홍해리洪海里는 들소

나 임보林步는 조그만 염소 

 

* 우이동 사인방四人幇의 인물시다.

   고불은 섬에 미처 늘 물을 떠나지 못한 것이 마치

   물소와 같다. 포우는 이중섭의 그림 속에 나온

   황소처럼 강렬해 보이지만 사실 양순하고,

   난정은 난과 매화를 즐기는 선비지만 들소와 같은

   정력이 없지 않다. 나 임보는 굳이 소라고 친다면

   보잘것없는 염소라고나 할까.

   이분들의 아호는 내가 붙인 것이다.

                         - 임보 시집『운주천불』(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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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의 귀가

 

호 월

산 그림자 드리운
우이동 계곡
저녁이 되니
모두들 집으로 돌아간다.

도포 자락의 노인 한 분
꼬부랑 지팡이 짚고
흰 수염 날리며
구름에 달 가듯
인수봉 바위를 향해
걸어가더니

문도 없는지
멈추지 않고
그대로
바위 속으로 들어가
사라지고 마는구나.

바위 속이
신선의 집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