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누름
洪 海 里
보리들이 몸을 포개 눕던 밤
별들이 유난히도 밝았다
하늘문을 뚫고 내려다보는
눈들이 보석처럼 반짝거렸다
꼬올깍,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
어디선가
고양이 우는 소리 흥건히 젖어 있었다
숨 가쁜 달은 구름으로 몸을 숨기고
고라니가 자고 간 자리
헐떡이는 보리누름
단내 나는 거친 숨소리만
고스란히 비추고 있었다
때늦은 밤꽃이 가불가불 발갛게 익고
별똥별이 하늘을 긋는 밤이었다
쏙쏙쏙쏙 쏙독새 소리 보리밭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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