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 대하여
洪 海 里
한평생을 길에서 살았다
발바닥에 길이 들었다
가는 길은 공간이고 시간이었다
공간에서 제자리를 가고
시간에선 뒷걸음질만 치고 있었다
샛길로 오솔길로 가다
큰길로 한번 나가 보면
이내 뒷길로 골목길로 몰릴 뿐
삶이란 물길이고 불길이었다
허방 천지 끝없는 밤길이었다
살길이 어디인가
갈 길이 없는 세상
길을 잃고 헤매기 몇 번이었던가
꽃길에 바람 불어 꽃잎 다 날리고
도끼 자루는 삭아내렸다
남들은 외길로 지름길로 달려가는데
바람 부는 갈림길에 서 있곤 했다
눈길에 넘어져도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빗길에 미끄러져도 손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오가는 길에 어쩌다 마주쳐도
길길이 날뛰는 시간은 잔인한 폭군이었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마다
인생이란 그렇고 그런 것이라 했지만
끝내 비단길, 하늘길은 보이지 않았다
날개는 꿈길의 시퍼런 독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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