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비밀』2010

<시> 한 쌍의 봄

洪 海 里 2010. 2. 7. 20:02

 

한 쌍의 봄

 

 洪 海 里

 

 

립4·19민주묘지

환한 매화꽃 아래

비둘기 한 쌍

포록, 올라타더니

아슬아슬

이층을 쌓는다

잠깐,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찰나의 열락)

파르르

꽁지를 맞추고 나서

금방 내려와

한참을,

꼼짝 않고 마주보고 있다

다시 한참을 부리로 깃을 고르고 나서도

또 한참을 그 자리 그대로 서서

누가 보거나 말거나 

자연自然이란 이런 것이지

가지 끝 조롱조롱 꽃봉오리들

슬그머니 부풀어 올라

마악 터지고 있다

백매화 푸른 눈썹 아래로

그녀를 살살 꾀어낸 봄날.

 - 시집『비밀』(2010, 우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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