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쌍의 봄
洪 海 里
국립4·19민주묘지
환한 매화꽃 아래
비둘기 한 쌍
포록, 올라타더니
아슬아슬
이층을 쌓는다
잠깐,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찰나의 열락)
파르르
꽁지를 맞추고 나서
금방 내려와
한참을,
꼼짝 않고 마주보고 있다
다시 한참을 부리로 깃을 고르고 나서도
또 한참을 그 자리 그대로 서서
누가 보거나 말거나
자연自然이란 이런 것이지
가지 끝 조롱조롱 꽃봉오리들
슬그머니 부풀어 올라
마악 터지고 있다
백매화 푸른 눈썹 아래로
그녀를 살살 꾀어낸 봄날.
- 시집『비밀』(2010, 우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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