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시> 길에 대하여 / 길의 소네트

洪 海 里 2010. 3. 12. 17:13

 

길에 대하여

 

 

洪 海 里 

 

 

한평생을 길에서 살았다

발바닥에 길이 들었다

가는 길은 공간이고 시간이었다

공간에서 제자리를 가고

시간에선 뒷걸음질만 치고 있었다

샛길로 오솔길로 가다

큰길로 한번 나가 보면

이내 뒷길로 골목길로 몰릴 뿐

삶이란 물길이고 불길이었다

허방 천지 끝없는 밤길이었다

살길이 어디인가

갈 길이 없는 세상

길을 잃고 헤매기 몇 번이었던가

꽃길에 바람 불어 꽃잎 다 날리고

도끼 자루는 삭아내렸다

남들은 외길로 지름길로 달려가는데

바람 부는 갈림길에 서 있곤 했다

눈길에 넘어져도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빗길에 미끄러져도 손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오가는 길에 어쩌다 마주쳐도

길길이 날뛰는 시간은 잔인한 폭군이었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마다

인생이란 그렇고 그런 것이라 했지만

끝내 비단길, 하늘길은 보이지 않았다

날개는 꿈길의 시퍼런 독약이었다.

 

 

길의 소네트

 

洪 海 里

 

 

자벌레는 온몸이 길이어서

한평생 한 자 한 자 몸으로 시간을 재고

나무는 한자리서 천년을 가지만

새는 날개로 허공을 쓰다듬어

길을 지우며 길을 낸다

날개처럼 팔을 펼치고 잔 날 밤

나는 밤새 나는 꿈을 꾸었다

산꼭대기에서 앞 산머리로 힘껏 날기도 하고

산 밑에서 안간힘으로 날아올라

정상에서 날면서 펼쳐진 장관을 감상도 했다.

 

길은 오지도 가지도 않는 마음일 뿐,

아침이 오자

안개가 싸목싸목 길을 싸고 있었다

길은 늘 뒤에 적막처럼 남아 있었다.

 

  

* 위의 눈꽃터널은 http://cafe.daum.net/rimpoet의 '라일락'님의 사진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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