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 대하여
洪 海 里
한평생을 길에서 살았다
발바닥에 길이 들었다
가는 길은 공간이고 시간이었다
공간에서 제자리를 가고
시간에선 뒷걸음질만 치고 있었다
샛길로 오솔길로 가다
큰길로 한번 나가 보면
이내 뒷길로 골목길로 몰릴 뿐
삶이란 물길이고 불길이었다
허방 천지 끝없는 밤길이었다
살길이 어디인가
갈 길이 없는 세상
길을 잃고 헤매기 몇 번이었던가
꽃길에 바람 불어 꽃잎 다 날리고
도끼 자루는 삭아내렸다
남들은 외길로 지름길로 달려가는데
바람 부는 갈림길에 서 있곤 했다
눈길에 넘어져도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빗길에 미끄러져도 손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오가는 길에 어쩌다 마주쳐도
길길이 날뛰는 시간은 잔인한 폭군이었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마다
인생이란 그렇고 그런 것이라 했지만
끝내 비단길, 하늘길은 보이지 않았다
날개는 꿈길의 시퍼런 독약이었다.
길의 소네트
洪 海 里
자벌레는 온몸이 길이어서
한평생 한 자 한 자 몸으로 시간을 재고
나무는 한자리서 천년을 가지만
새는 날개로 허공을 쓰다듬어
길을 지우며 길을 낸다
날개처럼 팔을 펼치고 잔 날 밤
나는 밤새 나는 꿈을 꾸었다
산꼭대기에서 앞 산머리로 힘껏 날기도 하고
산 밑에서 안간힘으로 날아올라
정상에서 날면서 펼쳐진 장관을 감상도 했다.
길은 오지도 가지도 않는 마음일 뿐,
아침이 오자
안개가 싸목싸목 길을 싸고 있었다
길은 늘 뒤에 적막처럼 남아 있었다.
* 위의 눈꽃터널은 http://cafe.daum.net/rimpoet의 '라일락'님의 사진에서 옮김.
'시화 및 영상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침묵 · 1 (0) | 2010.03.14 |
---|---|
<시> 춘란소심 개화春蘭素心開花 / 무위無爲의 시詩 (0) | 2010.03.14 |
<시> 그녀가 보고 싶다 (0) | 2010.03.12 |
<시> 눈 / 막막 (0) | 2010.03.11 |
<시> 봄, 벼락치다 (0) | 2010.03.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