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시> 침묵 · 1

洪 海 里 2010. 3. 14. 18:05

 

 

침묵 · 1

 

洪 海 里

 

 

침묵만한 말이 세상에 없다

바람이 울지 않듯,

나무는 한평생 말을 사약으로 삼키며

살아서 꽃을 세우고

죽어 침묵을 내려놓는다

우리의 말도 꽃처럼 허허로울 때

말은 열매를 허공에 단다

그 열매가 침묵이다

맹목 같은 시의 침목이 된다

침묵은 천년 묵은 침향이다.

 

침묵은 보석처럼 빛난다

침묵은 호수처럼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말로도 못할 일이 있다

완전한 불완전,

그것이 시의 절대자유, 생명이요, 꽃이다

시에는 침반이 없다

가는 길이 천양지간 사방이다

시는 침묵이 피우는 맹목의 꽃

그 열매가 향기로 너에게 간다

맹물의 시다.

                - 월간《우리詩》2012.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