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스크랩] 잔인한 봄날 / 洪 海 里

洪 海 里 2010. 4. 11. 06:56

 

 

 

 

 

 

 

잔인

 

洪 海 里

 

귀가 맑은 사람에게

봄은 거리의 열여섯 눈썹치마

팔랑이는 소리로 온다

산과 들 화사한 포연 속에서

새들은 집짓기에 분주하고

아지랑이가 떠메고 오는

저 가벼운 웃음소리들

펑펑 터지는 열락의 문들

이제는 눈이 밝은 사람들이

화궁花宮 속으로 들어가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는 암호를 풀고 있다.

 

 

 

 

 

 

바닷속이나 하늘에서도

목숨 있는 것들은 똑같다

봄은 어차피 잔인하기 그지없다

저 화려한 행렬 뒤에 늘어서 있는

노숙자들의 봄은 더욱 어둡고 깊다

외진 곳에서 숨막히는 나날

잔인하다는 말은 차라리 사치다

어쩌자고 봄은 또 와서

울렁거리는 가슴마다

나팔을 울리며 휘발유를 뿌려대는가

하느님은 그냥 성냥을 그어대고 있다.

 

 

 

 

 

 

 

 

 

출처 : 빛방울 별곡
글쓴이 : 빛방울 원글보기
메모 :

잔인한 봄날

 

洪 海 里

 

귀가 맑은 사람에게

봄은 거리의 열여섯 눈썹치마

팔랑이는 소리로 온다

산과 들 화사한 포연 속에서

새들은 집짓기에 분주하고

아지랑이가 떠메고 오는

저 가벼운 웃음소리들

펑펑 터지는 열락의 문들

이제는 눈이 밝은 사람들이

화궁花宮 속으로 들어가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는 암호를 풀고 있다.

 

바닷속이나 하늘에서도

목숨 있는 것들은 똑같다

봄은 어차피 잔인하기 그지없다

저 화려한 행렬 뒤에 늘어서 있는

노숙자들의 봄은 더욱 어둡고 깊다

외진 곳에서 숨막히는 나날

잔인하다는 말은 차라리 사치다

어쩌자고 봄은 또 와서

울렁거리는 가슴마다

나팔을 울리며 휘발유를 뿌려대는가

하느님은 그냥 성냥을 그어대고 있다.

'시화 및 영상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복사꽃 그늘 아래 / 洪 海 里  (0) 2010.04.13
[스크랩] 법정法頂 / 洪 海 里  (0) 2010.04.11
<시> 복사꽃 그늘에서  (0) 2010.04.10
<시> 봄, 벼락치다  (0) 2010.04.09
<시> 박태기꽃 터지다  (0) 2010.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