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시> 추억, 지다

洪 海 里 2010. 7. 19. 10:25

 

추억, 지다

洪 海 里

한여름 다 해질녘
봉숭아 꽃물을 들인다
꽃을 따 누이의 손톱마다
고운 물을 들인다
이쁜 반달손톱 속에는 벌써
첫눈이 내린다
매미 소리 한철 같은 누이의
첫사랑이 내린다
추억이 짓는 아스라한 한숨소리
손톱 속으로 스며들고
손가락 꼭꼭 싸맨 그리움이
추억추억 쌓이고 있다
해 설핏한 저녁에 꽃물을 들이는
눈썹마당에 이는 바람인 듯
슬슬슬 어스름이 내릴 때
가슴속에선 누가 북을 치고 있는지
다소곳 여민 적삼 안으로
그리움이 스멀스멀 스며들고
입술 촉촉 젖어 살짝 깨무는 소리
어스레한 누이의 젖은 눈가로
봉숭아꽃 하나 둘 지고 있었다.

 

                      - 시집『봄, 벼락치다』(2006, 우리글)

 

* 사진은 http://blog.daum.net/jib17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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