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시> 벼꽃 일다

洪 海 里 2010. 8. 30. 22:25

 

 

벼꽃 일다

 

洪 海 里

 

 

벼꽃 이는 걸 보셨는가

벼도 꽃을 피운다는 걸 아시는가

아침나절 씨껍질을 슬그머니 열고

암술 수술이 만나, 자릿자릿

짝짓기를 하고 슬그머니 문을 닫는 걸

그래야 알이 차고 여물어 밥이 되는 것을

아시는가

벌써 푸른 논에서는

햅쌀밥물 잦히는 냄새가 난다

새 보는 할아버지

새참 이고 나온 어머니

막걸리 따르는 소리

물꼬로 물 드는 소리

내 입으로 들어갈 밥이다

나의 생명이다

내가 가야 할 길이고 역사다

벼꽃은 질박의 극치

수줍음 많은 벼가 자지를 내밀고 있다

지금 한창 일고 있다.

  

 

* http://blog.daum.net/dongsan50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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