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選集『시인이여 詩人이여』2012

<시> 설마雪馬

洪 海 里 2010. 10. 17. 06:46

설마雪馬

 

洪 海 里

 

 

눈처럼 흰 말

눈 속에 사는 말

눈 속을 달려가는 말

 

설마 그런 말이 있기나 하랴마는

눈처럼 흰 설마를 찾아

눈 속으로 나 홀로 헤맨다 한들

 

설마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만

말은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말 달려가는 요란한 소리만 들려올 뿐

 

한평생 허위허위 걸어온 길이라 해도

앞이 전혀 보이지 않아 막막하니

말꾼 찾아 마량馬糧 준비할 일인가

 

오늘 밤도 눈 쌓이는 소리

창 밖에 환한데

설마가 사람 잡는다 해도

 

나를 비우고 지우면서 

설마 설마 하는 마음으로

설마를 찾아 길 없는 밤길을 나서네.

 

        - 시집『비밀』(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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