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選集『시인이여 詩人이여』2012

<시> 청별淸別

洪 海 里 2011. 4. 17. 05:22

청별淸別

 

洪 海 里

 

 

창 밖에 동백꽃 빨갛게 피고
구진구진 젖고 있는 겨울비
꽃 속에서 젖은 여인이 걸어나오는
동짓달도 저무는 보길도 부둣가
오후 두 시에서 세 시 사이
차 한잔 시켜 놓고 바다를 본다
고산이 어부사시사를 낚던 바다
빗사이로 보이는 겨울바다
빗방울 하나에도 바다는 깨어지고
동백나무 아래서 작별하는 연인들
어떻게 헤어짐이 청별일까
예송리행 보길여객 미니버스
낮은 목소리로 경적을 토해내고
청별을 연습하는 나그네도
비와 함께 젖고 있는 겨울바다.

              - 시집『淸別』(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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