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選集『시인이여 詩人이여』2012

<시> 참꽃여자

洪 海 里 2011. 4. 17. 05:02

참꽃여자

 

洪 海 里

 

 

1

하늘까지 분홍물 질펀히 들여 놓는
닿으면 녹을 듯한
입술뿐인
그 女子.

 

2

두견새 울어 예면
피를 토해서
산등성이 불 지르고
타고 있는 그 女子.

섭섭히 끄을리는 저녁놀빛 목숨으로
거듭살이 신명나서
피고 지는
그 女子.

 

3

무더기지는 시름
입 가리고 돌아서서
속살로 몸살하며
한풀고 살을 푸는 
그 女子.

눈물로 울음으로
달빛 젖은 능선따라
버선발 꽃술 들고
춤을 추는
그 女子.

 

4

긴 봄날 타는 불에
데지 않는 살
그리움 또아리튼
뽀얀 목의 그 女子.

안달나네 안달나네
천지간에 푸른 휘장
아파라 아파라
바르르 떠는 이슬구슬 그 女子.

 

5

바람처럼 물길처럼
넋을 잃고 떠돌다
눈물 뚝뚝 고개 꺾고 
재로 남는 
그 女子.

           - 시집『난초밭 일궈 놓고』(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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