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시> 한라산을 마시다

洪 海 里 2011. 7. 11. 06:57

 

한라산을 마시다

 

洪 海 里

 

 

제주 표선 바닷가에 홀로 앉아서

눈을 하얗게 뒤집어쓴

한라寒裸의 山

'한라산漢拏山'을 마신다

백옥의 관을 쓰고

빙긋이 내려다보고 있는 한라산

조근조근 말 걸어오는 바다

한 해가 저무는 섣달 보름 다 저녁때

산록을 뛰어노는 사슴들 소리

한란寒蘭이 피워 올리는 청향淸香

차밭에서 날아오는 눈 맑은 바람으로

때로는,

우리도 1,950m 높이쯤은 취해야 한다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고

명명明明하다면

차라리 바닷속으로 뛰어들 일이다

한라산이 바다로 뛰어드는 건

얼마나 아름다운 불륜인가

몸속에서 '한라산바다'가 출렁거린다

이제 우리가 제주엘 간다 해도

한라산은 올라갈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