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洪 海 里
언제 바르게 살아 본 적 있었던가
평생 사내에게 빌붙어 살면서도
빌어먹을 년!
그래도 그거 하나는 세어서
밤낮없이
그 짓거리로 세월을 낚다 진이 다 빠져
축 늘어져서도
단내를 풍기며 흔들리고 있네.
마음 빼앗기고 몸도 준 사내에게
너 아니면
못 산다고 목을 옥죄고
바람에 감창甘唱소리 헐떡헐떡 흘리는
초록치마 능소화 저년
갑작스런 발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 花들짝,
붉은 혀 빼물고 늘어져 있네.
- 시집『황금감옥』(2008)
능소화 전문
洪 海 里
올라가야 내려가는 것을, 어찌
모르랴 모르랴마는
너야 죽거나 말거나
인정사정 볼 것 없다고
숨통을 끊어야 한다며
흐느적이는 빈 구석 그늘 속으로,
몰입이다
황홀이다
착각이다.
천파만파 일렁이는 저 바람
막 피어나는 꽃이 눈부시게 흔들려
치렁치렁 그넷줄이 천 길이네
흔들리던 바람이 길을 멈춘 대낮
그넷줄 잡고 있는 진이.
팽팽한 치맛자락 속으로
깊은 뜰
높은 담을 넘어온
화담의 묵향이 번져
허공을 가벼이 뛰어내리는
화려한 절체/절명의
가녀린 유혹.
도발이다
일탈이다
광풍이다.
- 시집『비밀』(2010)
능소화凌宵花
洪 海 里
소화의 걸음 걸음마다
발 밑으로
한 생生이 허공虛空이다
삼천낙화三千落花
눈멀라
가까이 오지 마라
밟혀쌓는 저 고요
뚝 뚝
떨어지는 목숨들
하늘하늘
* 능소화 : http://blog.daum.net/jib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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