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을 마시다
洪 海 里
제주 표선 바닷가에 홀로 앉아서
눈을 하얗게 뒤집어쓴
한라寒裸의 山
'한라산漢拏山'을 마신다
백옥의 관을 쓰고
빙긋이 내려다보고 있는 한라산
조근조근 말 걸어오는 바다
한 해가 저무는 섣달 보름 다 저녁때
산록을 뛰어노는 사슴들 소리
한란寒蘭이 피워 올리는 청향淸香
차밭에서 날아오는 눈 맑은 바람으로
때로는,
우리도 1,950m 높이쯤은 취해야 한다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고
명명明明하다면
차라리 바닷속으로 뛰어들 일이다
한라산이 바다로 뛰어드는 건
얼마나 아름다운 불륜인가
몸속에서 '한라산바다'가 출렁거린다
이제 우리가 제주엘 간다 해도
한라산은 올라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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