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시> 춘란 시 6편

洪 海 里 2011. 3. 23. 11:42


 

춘란소심 개화春蘭素心開花

 

洪 海 里

 

 

아지랑이 아른아른
복사꽃 허공

피가 도는 산자락
눈푸른 바람

그 바람 입김따라
여린 꽃대궁

바르르 떨고 있는
눈물빛 입술.


 

보춘화報春花

- 난초꽃이 피면

 

洪 海 里

 

송림 사이 바람 간다

햇빛 다사로운 남향 산기슭

잔잔한 호숫가

초가지붕 위 아침 연기 오르고,


가난해도

가난하지 않은 사람들

몇 대 오손도손

늘 정다운 이야기

다숩은 모습 사랑홉다.


커가는 자식들

꽃 피면

보듬고 감싸 안는

하늘 땅

지순한 지아비 지어미 보인다.


걸친 것 없고

화장기 없어도 화안하다

끊이지 않는 노랫소리

쉬임없는 춤사위

소리없어도 천지 가득하고

움직임 없어도 온누리 핀다.


가까이 있으나

떨어져 있으나

마음은 하나

초록빛 날개를 단 사람들

하늘가를 하늘하늘 날다

돌아와 호수에 제 모습 찾는다.



 

 

  난초꽃 한 송이 벌다

 

   洪 海 里


 

처서가 찾아왔습니다 그대가 반생을 비운 자리에 난초
꽃 한 송이 소리없이 날아와 가득히 피어납니다 많은
세월을 버리고 버린 물소리 고요 속에 소심素心 한 송
이 속살빛으로 속살대며 피어납니다 청산가리 한 덩이
가슴에 품고 밤새도록 달려간다 한들 우리가 꽃나라에
정말 닿을 수 있겠으랴만,

피어나는 꽃을 보고
그대는 꽃이 진다 하고
나는 꽃이 핀다 하네.

피고 지고 피고 지고
피고 지면서
목숨은 피어나는데 ……,

참 깊은 그대의 수심水深
하늘못이네.

우리가 본시부터
물이고 흙이고 바람이 아니었던가
또는 불이 아니었던가.

그리하여 물빛과 하늘빛 속에는 불빛도 피어나 황토빛
내음까지 실렸습니다 올해에도 여지없이 처서가 돌아
와 산천초목들이 숨소리를 거르는데 늦꽃 소심 한 송
이 피어 깊이깊이 가슴에 들어와 안깁니다.

푸르르르르 백옥 같은 몸을 떨며 부비며 난초꽃 한 송
이 아프게 피었습니다.

 


 

 

초금草琴

 

洪 海 里


 

네 잎에 입을 대면
너는 초록빛 악기가 된다

네 몸에서 울려나오는
맑은 가락, 가락

시린 삶 서룬 세월
다숩게 데우는 소리

빈 뜰 가득 달빛 쌓이고
인수봉 눈빛 더욱 맑고 차가워도

삭아내리는 이승을
넉넉히 노래하는

너는 초록빛
살아 있는 악기가 된다.

 


 

다짐

 

洪 海 里

 

 

적당히 게으르게
살자
하면서도,

네 앞에 오면
그게 아니고.

조금은 무심하게
살자
하면서도,

네 앞에 서면
그게 아니고.


 

무위의 시

 

洪 海 里

 

 

너는 
늘 
가득 차 있어
네 앞에 서면
나는
비어 있을 뿐 ㅡ
너는 언제나 무위의 시 
무위의 춤
무위의 노래
나의 언어로 쌓을 수 없는 성
한밤이면
너는 수묵빛
사색의 이마가 별처럼 빛나, 나는
초록빛 희망이라고
초록빛 사랑이라고
초록빛 슬픔이라고 쓴다
새벽이 오면
상처 속에서도 사랑은 푸르리니
자연이여
칠흑 속에 박힌 그리움이여
화성華星의 처녀궁에서 오는
무위의 소식
푸른 파도로 파도를 밀면서 오네.

 

 

* 난 사진은 http://blog.daum.net/jib17에서 옮김. -시집『愛蘭』(1998)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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