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시> 배꽃

洪 海 里 2011. 4. 13. 04:58

 


 

 

♧ 배꽃 - 홍해리(洪海里)

 


  1

바람에 베여지는 달빛의 심장

잡티 하나 없는 하얀 불꽃이네

호르르 호르르 찰싹이는 은하의 물결.


  2

천사들이 살풀이를 추고 있다

춤 끝나고 돌아서서 눈물질 때

폭탄처럼 떨어지는 꽃이파리

그 자리마다 그늘이 파여 ……


  3

고요가 겨냥하는 만남을 위하여

배꽃과 배꽃 사이 천사의 눈짓이 이어지고

꽃잎들이 지상을 하얗게 포옹하고 있다

사형집행장의 눈물일지도 몰라.


  4

배와 꽃 사이를 시간이 채우고 있어

배꽃은 하나지만 둘이다

나와 내가 하나이면서 둘이듯이

시간은 존재 사이에 그렇게 스민다.

                  - 시집『투명한 슬픔』(1996)


 

  * http://blog.daum.net/jib17에서 올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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