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시> 산적

洪 海 里 2011. 4. 28. 09:54

* 사진 : 진란 시인 촬영(2011. 4. 23. 도봉산 '우리시회 생명축제'에서)

 

 

산적 

洪 海 里



가볍게 살고 싶어
겔리 게을리 게으르게
느릿느릿 느리게 살고 싶어
수염을 깎지 않아 텁수룩하다
얼굴에 나룻이 북슬북슬하다
밖에서는 산에서 내려왔느냐 묻고
안에서는 산적山賊 같으니 깎으라 한다
그러나 그리 살지 못하니
차라리 꼬챙이에 꿰인
산적散炙이 되어 네 앞에 눕고 싶다, 아니
산 적이 되어 네 앞에 무릎 꿇고 싶다
이미 생이 만선이라
마음이 산적山積 같다
신고하노니,
이제 산으로 들어간다
산속에 숨어 살리라
너의 그늘을 벗으리라, 나여
산적, 그래 나는 산적이다.

                       - 시집『봄, 벼락치다』(우리글,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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