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시> 5월에 관한 시 5편

洪 海 里 2011. 5. 3. 10:42

 

 

5월 / 洪 海 里

 


무슨 한이 그리 깊어 품을 닫는지

그리움만 파도처럼 터져 나오고

밀려오는 초록 물결 어쩌지 못해

임자 없는 사랑 하나 업어 오겠네.

                   - 시집『비밀』(2010, 우리글)

 

                                                                                                         

 

5월 한때 / 洪 海 里

  

땅속에서

눈을 또록또록 뜨고 있다

봄비 흐벅지게 내리면

단칼에 치고 오르는,

 

우후죽순雨後竹筍!

 

장봉長鋒에 먹물 듬뿍 찍어

허공 한 자락

일필휘지一筆揮之 일갈一喝하는

죽순의 붓을 보고,

 

갈 길이 천년이니

잠깐 쉬어 가라고

댓잎들 속삭이네

여백餘白 한 구석 비워 두라 하네.

 

오오, 비백飛白!

                         - 시집『비밀』(2010)

 

 

 

5월에 길을 잃다 / 洪海里

팍팍한 길 나 홀로 예까지 왔네
나 이제 막막한 길 가지 못하네
눈길 끄는 곳마다
찔레꽃 입술 너무 매워서
마음가는 곳마다
하늘 너무 푸르러 나는 못 가네.


발길 닿는 곳마다 길은 길이니
갈 수 없어도 가야 하나
길은 모두 물로 들어가고
산으로 들어가니
바닷길, 황톳길 따라 가야 하나
돌아설 수 없어 나는 가야 하나.

어디로 가나

어디로 가나.

                    -시집『봄, 벼락치다』(2006)

 

 

 

 

5월은 오고 / 洪 海 里 

 

비 개고

5월,

 

너 온다는 기별

온 세상이 환히 열리는데

내 눈이 감기고

목도 잠기네

하늘 아래

눈부신 슬픔이 기쁨일까

기다림은 풀잎에 걸고

눈물은 하늘에 띄우네

숨이 막혀, 숨이 차

마음만, 마음만 하던

숨탄것들, 푸새, 나무들

봇물 터지듯

귀청 아프게 초록빛 뿜어내니

홀맺은 한

가락가락 풀어내며

5월은 또 그렇게 저물 것인가.

           - 시집『푸른 느낌표!』(2006)

 

 

 

5월이 오거든 / 洪海里

 

날선 비수 한 자루 가슴에 품어라

미처 날숨 못 토하는 산것 있거든

명줄 틔워 일어나 하늘 밝히게

무딘 칼이라도 하나 가슴에 품어라.

                   -『난초밭 일궈 놓고』(1994)

* 바람꽃 : http://blog.daum.net/jib17에서 옮김. 

 

'시화 및 영상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시인이여 詩人이여  (0) 2011.05.14
<시> 찔레꽃  (0) 2011.05.11
<시> 세상의 아내들이여  (0) 2011.05.01
<시> 라일락꽃빛소리  (0) 2011.04.29
<시> 산적  (0) 2011.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