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시> 세상의 아내들이여

洪 海 里 2011. 5. 1. 16:53

 

 

세상의 아내들이여

 

洪 海 里

 

오빠는 오라버니의 어린이 말이요

오라버니를 친근하게 부르는 말이다

 

남녀가 만나면 모두가 오빠가 되는 것인지

한배에서 먼저 태어난 남자와 결혼을 했는지

요즘 젊은 아내들은 한살되고 나서도

남편을 오빠 오빠 하고 징그럽게 부른다

한집에서 한솥엣밥 먹고 살다 보면

아내는 허리 없는 아줌마가 되고

길짐만 지던 남편은 아저씨가 되고 만다

우리 아저씨 우리 아저씨 하고 밀어내는

공동 소유의 촌수로 바뀌게 된다

몸이 가까울 때는 남매였던 사이

몸이 멀어지다 보니 관계도 뜸해져

항렬行列이 또 바뀌어 아저씨가 되고 만다

한솥밥 먹고 송사할 일도 아닌데

부부란 혈연으로 맺어진 사이는 아니지만

늙으면 아기가 된다 하니

아저씨가 더 나이를 먹으면

우리 아들 우리 아들 하고 부를 것인가

세상의 아내들이여

서양사람들의 호칭처럼 달콤하지는 못해도

남편은 그대의 짝이 되어 사는 남자가 아닌가

젊어서도 남편은 남의 편이고

늙어도 남편은 내 편 아닌 남 편이란 말인가

이러다 그대들의 자식들 세대에는

딸이 제 오빠 보고 여보 당신 하지 않겠는가

오빠 동생이 자식을 낳으면 촌수는 어떻게 되고

호칭은 뭐라고 해야 할 것인가

아들딸인가 아니면 조카인가

참으로 난감하기 그지없다.

 

 

 * 한살되다 : 남녀가 결혼하여 부부가 되다, 두 물건이 한데 붙어 한 물건처럼 되다.

 

 

- 계간『딩아돌하』(2011.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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