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리 세상이 환하게 슬픈 것이냐
- 찔레꽃
洪 海 里
너를 보면 왜 눈부터 아픈 것이냐
흰 면사포 쓰고
고백성사하고 있는
청상과부 어머니, 까막과부 누이
윤이월 지나
춘삼월 보름이라고
소쩍새도 투명하게 밤을 밝히는데
왜 이리 세상이 환하게 슬픈 것이냐.
- 시집『봄, 벼락치다』(2006, 우리글)
찔레꽃에게
洪 海 里
찔레꽃 피었다고 저만 아플까
등으로 원망하고
어깨로 울며 가더니
가슴에 눈물로 물거품 지어
물너울 치며 오는구나
슬픈 향기 자옥자옥 섭섭하다고
그리움은 그렁그렁 매달리는데
꽃숭어리 흔들린들 지기야 하겠느냐
푸른 잎 사이사이 날카로운 가시여
그게 어찌 네 속마음이겠느냐
그렇다고 꽃이파리 다 드러낼 리야
꽃잎마다 네 이름을 적어 놓느니
저 꽃이 지고 나면
빨간 사리가 반짝이며 익으리라
낙엽 지고 갈바람 불어온다 한들
찬 서리하늘 어이 석이지 않으랴
저렇듯 네 가슴도 환하게 밝혀지리니
찔레꽃 진다고 저만 아프겠느냐.
-『황금감옥』(2008)
* 찔레꽃 : @ 김민수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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