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시> 자귀나무꽃 시 4편

洪 海 里 2011. 7. 25. 19:18

 


 

 

자귀나무頌 - 洪海里

 

저녁나절

몽롱히 취한 여자가

연분홍 실타래를 풀었다 말았다

동양을 꿈속에 잠그고 있다.

등에 물을 끼얹으며

씻을 데 다 씻고 나서

한 사내의 넋을 불러내고 있다.

손마디 마디 녹아내린

밤바람

어둠 속에서 달덩일 안고

죽어가듯이

풀과 하늘과 벌레를 수놓으면서

정한 슬픔을 날리고 있다

저도 모르게 침 흘리는 사내 하나

깔깔대며 숱한 새 떼를

저녁 하늘에 날리고 있다.

다 잠드는 지구 위에

이슬은 고이 나려

사랑하는 이의 꿈을 적시고

드디어 동양을 꽃피우고 있다.

                     - 시집『花史記』(1975)

 



 

 

자귀나무꽃 - 洪海里

 

꽃 피고 새가 울면 그대 오실까

기다린 십 년 세월 천년이 가네


베갯머리 묻어 둔 채

물 바래는 푸른 가약


저 멀리 불빛 따라 가는 마음아

눈도 멀고 귀도 먹은 세모시 물항라.

 

 

* 꽃말 : 환희

                             - 시집『투명한 슬픔』(1996)



 

 

자귀나무꽃 - 洪海里

 

세모시 물항라 치마저고리

꽃부채 펼쳐들어 햇빛 가리고

단내 날 듯 단내 날 듯

돌아가는 산모롱이

산그늘 뉘엿뉘엿 설운 저녁달

살 비치는 속살 내음 세모시 물항라.

                                         - 시집『淸別』(1989)

 

 

 

 

자귀나무꽃 - 洪海里

 

하느님

있는 듯 없는 듯

은은한 향을 뿌리며

서편 하늘에 펼치는

천사의 부채

가슴속

타는 불잉걸

홀로

사루며

부채질 하시는 하느님

한여름

진땀을 닦고 닦아

가을 오는 길목

선선한 바람

마련하시고

잠이나 주무시지요

하늘자락 펄럭이며

바람이 감기는데

하느님.

                   - 3인시집『바다에 뜨는 해』(1980)

 

* http://blog.daum.net/jib17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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