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가리, 날개를 달다
洪 海 里
나이 들어도 철이 안 들어
마음 하나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뜨거운 맛만 보는 저문 날
박주가리가 지주를 타고 오른다
우리가 산을 오르는 것은
올라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려가기 위해서
잘 내려가기 위해서이지
정상이란 언제나 오르기 전
자리하고 있지 않은가.
박주가리는 죽을 줄도 모르고
줄곧 오르기만 하는데
막걸리 한잔 놓고 달뜨는 마음
바람 따라 물결에 띄워 보내면
깃털처럼 가볍게 하늘에 뜰까
가을 되어 산천에 서리 내리면
박주가리 껍질에 박주 한잔을
마음 두고 어린 싹 바라다보니
하늘은 저만 홀로 높고 푸르네.
- 시집『비밀』(2010)
*박주가리 씨앗 : http://blog.daum.net/jib17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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