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동솔밭공원 · 1
洪 海 里
백년 묵은 천 그루 소나무가 방하착하고
기인 하안거에 들어 꼼짝도 하지 않는다
나무 속 결 따라 신들의 궁전으로 가는 길
울려나오는 금강경의 물결도 숨죽이고 흐른다
수천수만 개의 푸른 붓으로 비경秘經을 새기고 있는
노스님의 먹물은 말라붙어 버렸다
땅속 천 길 이엄이엄 흐르는 천의 냇물이여
내 마음의 다랭이논에 물꼬를 열어
바람의 땅 낮은 곳을 따라 흐르는 온전한 물소리
잠깬 물고기 한 마리 날아올라
천년 세월을 면벽하고 나서 쇠종에 매달리니
바람이 와! 화엄華嚴의 춤을 춘다
무거운 침묵으로 빚은 야생의 시편들
눈 밝은 이 있어 저 바람의 노래를 읽으리라
귀 밝은 이 있어 저 춤을 들으리라
마음 열고 있는 이 있어 물처럼 흘러가리라
저들 나무 속에 숨겨진 비경을 나 어이 독해하리
잠깐 꿈속을 헤매던
속눈썹 허연 노스님이 땅바닥에 말씀을 던져 놓자
시치미를 뚝 떼고 있던 소나무들
몸 전체가 붓이 되어 가만가만 하늘에 경을 적고 있다
잠 못 드는 비둘기 떼 파닥이며 날아오르다
소나무 주위를 푸르게 푸르게 맴돌고 있다
북한산이 가슴을 열어 다 품고 있는 것을 보고
구름장 하얗게 미소 짓고 소리없이 흐르고 있다
이윽하다
좀 좋은가.
-『우리詩』(2011. 8월호)
우이동솔밭공원 · 2
洪 海 里
우이동솔밭공원에는
천 마리 청룡이 살고 있다
소나무마다
머리 위에 학을 기르고
몸속에는 용을 품고 있어
하늘로 오르려는 용들이 꿈틀꿈틀
용틀임이 한창이다
드디어
비가 내리퍼붓고 나서
비단안개 치마가 숲을 가리면
천 마리 용이 승천하고 있다
백운 인수 만경이 옴죽 않고
숨죽이고 바라다보고 있다
장관, 장관이 따로 없다.
우이동솔밭공원 · 3
洪 海 里
백년 된 천 그루 솔숲에
고삐도 없는 한마悍馬 한 마리
느릿느릿 거닐고 있다
광야에서 외롭게 풀을 뜯고 있던 향수가
바람결에 실려와
평생 비워내던 육신이 이슬에 젖고 있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바람소리만 울리다 가게 했던 공간
그 어디 심지 올릴 한 곳 남아 있어
이렇게 가슴속에 불씨가 일고 있는지
자르고 또 잘라 살만 남은 몸으로
초라한 행색의 한 나그네 지나다가
말 옆에서 걸음을 멈춘다
둘 다 아직 맑고 영롱한 눈빛
서로가 비어 있어 가득했던 몸
너나 나나 마찬가지였다고
한마 한 마리 나그네를 등에 업고
우이동솔밭공원 거닐고 있다
자기도 외로웠다고.
2010. 12. 10.
* 소나무 : dadaq1226@hanmail.net로 다다 님이 보내준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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