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동詩人들』1987~1999

<서평>『잔속에 빛나는 별』

洪 海 里 2012. 5. 17. 12:42

<서평>

 

『잔속에 빛나는 별』

 

  우이동에 살고 있는 林步, 李生珍, 채희문, 洪海里 4명의 詩人이 自然을 소재로 열 번째 同人誌를 묶어 냈다.

  林步 詩人이 머릿말에서 '시인은 기능인에 대한 명칭이 아니라 시를 쓰며 살아가는 선비에 대한 호칭'이라고

하며 선비정신으로 廉恥와 分數와 節操를 꼽았듯이 그들의 시는 격정적인 감정의 찌꺼기를 고운 체로 걸러낸 듯

맑고 투명하여 思索의 깊이를 느낄 수 있게 한다.

 

새들아 산새들아 내 말좀 들어보라

천년 세월 베어 백년 못 갈 집을 지으니

이런 어리석음 어디 또 있단 말이냐

풍수지리 말고라도 그 나무 게 있어야

새도 울고 사람 웃고 그게 평화 아니더냐

 

  합작시「방학동 은행나무」의 일부이다. 연산군 묘소 앞에 천년을 버티고 있는 은행나무 주변에 고층 아파트군이

들어서서 나무의 생명이 위태롭게 되었다고 한다.

  새들을 쫓아내고 나무들을 죽게 하는 현실, 자연을 파손시키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깨우치며 어머니의 자궁과도

같은 자연 환경을 그대로 지키기를 희망하여 그들은 언제까지나 '우이동은 우이동이고 싶다'.

 

우리로 올라갈 수도

밑으로 떨어질 수도

옆으로 날아갈 수도

없는,

거미줄에

걸려 있는

가랑잎

나.

    -「우울한 일지」일부, 채희문

 

  우리는 몸 담고 있는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을 꿈구면서도 머무르고자 하는 현실과 떠나고자 하는 욕망 사이에서

머뭇거린다. 가랑잎 하나가 거미줄에 걸려 움직일 수 없는 것처럼 현실 사회가는 거대한 거미줄 속에서 개인의 꿈은

날개를 퍼득일 뿐, 날지 못하고 접는 일에 익숙해져 있다

 

오르기 위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내려가기 위하여

아름답게 내려가기 위하여

깊이 깊이 껴안기 위하여

오르는 것뿐

     -「가을단상」의 후반부, 洪海里

 

  모두가 정상을 향해 달음질치는 세상이다. 올라간 자는 구름뿐인 허무한 정상의 자리에 도취되어 좀처럼 내려오지

않으려고 밀어낼 때까지 발버둥친다.

  아름답게 내려가는 길은 얼마나 어려우냐. 올라간 자는 내려갈 줄 알아야 한다는 염치있는 선비정신이 돋보인다.

  인수봉은 인수봉으로, 백운대는 백운대로, 북한산은 북한산. 있는 그대로의 자연으로 남아 있기를 바라는 '우이동'

동인들의 소박한 꿈처럼 콘크리트 벽 속에 갇히는 삭막한 현실일망정 인간도 인간 본연의 자연스러운 미덕을 잃지 않고

살아야겠다는 교훈을 준다.

                                 -『꿈과 』제29호 / 1992. 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