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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인간에 천착한 40여년을 돌아보다 / 동양일보 2012. 7. 22.

洪 海 里 2012. 7. 23.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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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07월22일 18시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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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인간에 천착한 40여년을 돌아보다

‘시인’이란 이름으로 산 42년의 세월. 자연과 인간을 작품의 가장 중심에 둔 청원 출신의 홍해리(71·사진) 시인의 시선집 ‘시인이여 詩人이여’가 발간됐다.

이번 시선집은 홍 시인의 첫 시집 ‘투망도’(1969)부터 2010년에 펴낸 ‘비밀’에 이르기까지 펴낸 시집 15권에서 83편의 작품을 선별해 엮어졌다. 자연과 인간, 세상사에 대한 시를 꾸준히 써온 시인의 일대기적 시를 한권으로 만나 볼 수 있어 더욱 귀하게 다가온다.

 

‘시인이여 詩人이여’는 20세기에 낸 11권의 시집에서는 각각 5편씩, 21세기 들어서 펴낸 4권의 작품집에서는 각각 7편씩을 추려다. 평생 ‘시인’의 이름으로 값진 글을 쓴 그만이 할 수 있는 재미난 발상으로 시선집은 세상에 나왔다.

 

물이 절벽을 뛰어내리는 것은

목숨 있는 것들을 세우기 위해서다

 

폭포의 흰 치맛자락 속에는

거슬러 오르는 연어 떼가 있다

 

길바닥에 던져진 바랭이나 달개비도

비가 오면 꼿꼿이 몸을 세우듯

 

빈 자리가 다 차면 주저없이 흘러내릴 뿐

물이 무리하는 법은 없다

 

생명을 세우는 것은 단단한 뼈가 아니라

물이 만드는 부드러운 뼈다

 

내 몸에 물이 가득 차야 너에게 웃음을 주고

영원으로 가는 길을 뚫는다

 

막지 마라

물은 갈 길을 갈 뿐이다

 

시집 ‘황금감옥’(2008)에 수록된 ‘물의 뼈’ 전문이다.

 

시인은 물이 절벽에서 떨어지는 모습을 자신의 희생으로 연어의 입지를 세우는 넉넉한 자연의 품으로 형상화 한다. 과욕을 부리는 인간과는 다르게 적당히 완급을 조절하는 모습은 읽는 이들에게 깊은 깨달음으로 다가온다.

이처럼 시인의 시는 자연스럽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여줘서이기도 하지만, 억지로 꿰어 맞추지 않는 자연스러움이 시집 전체를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

 

신현락 시인은 “홍 시인에게 가장 아름다운 미는 자연”이라면서 “그는 형식적으로는 고전주의자이며 기질적으로는 낭만주의자이면서 전통에서 새로운 미학적 가치를 찾는 이 시대의 미학주의자요 멋과 풍류를 온몸으로 즐기는 선비시인”이라고 평했다.

 

홍 시인은 “내 시는 모두가 자연에게서 무이자로 빌려온 것들이다. 한 포기 풀만도 못하고 한 송이 꽃만도 못한 것들뿐이라서 늘 자연에게 부끄럽기 그지없다”며 “이 시선집에는 1969년부터 펴 낸 15권의 시집에서 가장 아끼는 시를 담았다”고 밝혔다.

 

1942년 청원에서 출생한 홍 시인은 고려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1969년 시집 ‘투망도’로 등단, 현재까지 15권의 시집과 2권의 시선집을 출간했다. 세광고와 청주상고 등에서 교편생활을 했고 청주에서 발간되는 문학지 ‘내륙문학’ 창간을 주도하기도 했다. (사)우리詩진흥회 초대 및 2대 이사장을 역임하고 현재 평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글, 203쪽, 9500원

 

* 虛靜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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