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시> 내 마음의 바다

洪 海 里 2012. 7. 24. 07:00

 

내 마음의 바다

 

 오 명 현

 

 

혹 그 마을에 가신 적 있으신지요?

 

그 마을에 가 보기 전까지는

바다가 바라다보인다거나

산등성이 하나쯤 넘으면 바다가 있다거나

바다가 보이지는 않더라도

여름날 평상에 누워 낮잠에 들면

살랑살랑 갯내음이 코끝을 간질이는

아니면 어딘가에서 뱃고동 소리

가끔씩 들려오는

그런 마을인 줄로만 알았었지

 

마을 어귀 주막에서 막걸리 몇 사발 들이켜다가

해가 져 가로등 하나둘 켜질 때쯤이면

가로등은 등대로 서고

해가 진 쪽에서 바다의 잔물결 종종종 달음질쳐 오면

집어등을 주렁주렁 매단 횟집 수족관은 큰 바다 되어

은빛 비늘들이 파닥이면서 수없는 언어를 토해내는

그런 마을을 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바닷물 한 줌 떠 올려서

혀끝으로 짠 맛을 골똘히 가늠하는 누구에게라도

느닷없이 집채만 한 파도가 죽비처럼 등짝을 후려치고선

아무도 밟지 않은 모래톱을 자리로 내어 주고

포말로 사라지는

그런 마을에 가 보신 적 있으신지요?

 

바다가 없어도 항시 수천수만의 어족語族이 북적대는

너른 바다가 출렁이는 마을

홍해리라는, 한자로는 洪 · 海 · 里

 

 

* http://cafe./daum.net/rimpoet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