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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그림> 여인 / 明窓淨几

洪 海 里 2012. 9. 24. 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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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김성로(KIM SUNG RO)
글쓴이 : 솔뫼 김성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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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솔뫼 김성로
  • 2012. 07. 09. 13:43
  •  

    1. 여심
    아련한 꿈속의 고향
    노을은 붉게 타는 데
    기다림은 꽃으로 피고
    강물은 시간을 멈추었다

    2. 봄처녀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꽃 벙그러지고
    팥배나무도 연푸른 잎사귀를 달고 있건만
    앙상한 나목으로 까치집을 혹처럼 달고서
    아직도 봄을 기다리는 여인이여
    멀리 보이는 임진강가엔
    물오른 버드나무 새순이 곱고
    봄날 꽃향기의 유혹에 잡새마저 설레는가
    예배당 종소리에 화들짝 놀라
    날아오르던 까치
    빈집만 혹처럼 나뭇가지에 엮어놓고 떠났는데
    돌아올까 기다리는 애달픈 마음으로
    이 봄 아직도 벌거벗고 기다리누나.

    3. 사랑을 위하여        
    우리는
    무엇이 그리도 그리운지
    항상 바라보고 있다
    바라보는 것은 나인가?
    내가 알고 있는 창인가?
    매 순간
    나는 새로 태어나고 있다.

    4. 행복
    손에 보물을 쥐고 있을 땐
    그 가치를 잊고 살다가
    비 한 자락에 떨어지는 꽃잎처럽
    훌훌히 멀어져 가면
    그립고 아쉬운 것이 일상의 행복이다
    행복하냐고 묻거든
    다만 미소로 화답하는 마음은
    항상 그럴 수 없음에 입가에 맺히는 쓸쓸함
    살아간다는 것은
    고뇌 한 줌과 욕망 한 보따리와 허무 한 톨
    그리고, 그 모든 것이 합쳐져서
    행복한 추억으로 남는가
    아픈 상처로 남는가
    결국에는 망자의 넋으로 남으려는가.

    5. 사랑을 품고
    짧은 소나기가 지난 후
    매미가 지루하도록 울어댔다
    들판 사이로 휘어진 비포장도로를 따라
    보일 듯 안보일 듯 여인이 떠나고
    발돋음하다 주저앉은 뚝방길에는
    이름 모를 꽃들이 물기를 머금고 있다
    다시 만날 수 있으려나
    늘어선 미루나무 길을 따라
    하얀 그리움만 점점 커져가는 여름 한낮

    6. 걸어가면서    
    삶이란
    끊임없이 비교당하며
    순간순간 선택하고 선택 당하는 것 같습니다.
    이 와류에 휩쓸리면 초심을 잃어 헤메이고
    완전히 절연하면 자기함몰(mannerism)에 빠져버립니다.
    현명한 자는
    비교라는 상대적인 가치를 떠나서
    자기완성을 향해 꾸준히 걷는 사람입니다.
    시류를 외면하지도 않고
    시류에 휩쓸리지도 않아서
    상처를 주지도 않고
    상처를 받지도 않습니다.
    겉으로는
    끊임없이 번뇌하고 고뇌하지만
    속으로는 항상 평온한 사람입니다.
    '나'라는 개인의 작은 소견으로
    잠시 흐려지기도 하지만
    모두의 가슴속에는
    스스로 맑고 밝은 빛을 품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7. 명창정궤의 시를 위하여 / 洪海里    
    시인은 죽으면 신이 된다
    시를 버리면 사람만 남고
    사람을 버리면 시만 남도록
    시와 사람이 하나가 되어 신으로 탄생한다
    모든 예술이 놀이이듯
    시 쓰는 일도 영혼의 놀이이다
    시는 내 영혼의 장난감
    나는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어린이
    살기 위해서
    시를 쓰는 것이 아니라
    죽기 위해서
    잘 죽기 위해서 시를 쓰는 일
    시는 무엇이고 시인은 누구인가
    시 쓰기는 영혼의 자유 선언이다
    시란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다
    늘 설레고 한편으로는 한 편 한 편으로 완성되는 이별이기 때문이다
    목숨이 내 것이듯 시도 갈 때는 다 놓고 갈 것이니
    누굴 위해 시를 쓰는 것은 아니다
    시인은 새벽 한 대접의 냉수로 충분한 대접을 받는다
    시는 시로서, 시인은 시인으로서 존재하면 된다.(부분)

     

     

     * 명창정궤明窓淨几의 시를 위하여 / 洪 海 里
    시인은 감투도 명예도 아니다
    상을 타기 위해, 시비를 세우기 위해,
    동분하고 서주할 일인가
    그 시간과 수고를, 시(詩) 쓰는 일에 투자하라!
    그것이 시인에겐 소득이요, 독자에겐 기쁨이다.

    오로지
    올곧은 선비의 양심과 정신이, 필요할 따름이다
    변두리 시인이면 어떻고, 아웃사이더면 어떤가!
    목숨이 내 것이듯, 시도 갈 때는 다 놓고 갈 것이니
    누굴 위해 쓰는 것은 아니다.

    시(詩)는 시적(是的)인 것임을
    시인(詩人)으로서 시인(是認)한다

    생전에 상을 받을 일도,
    살아서 시비(詩碑)를 세울 일도 없다
    상(賞)으로 상(傷)을 당할 일도 아니고
    시비(詩碑)로 시비(是非)에 휘말리고 싶지도 않다

    시인은 새벽, 한 대접의 냉수로 충분한 대접을 받는다
    시는 시로서, 시인은 시인으로서 존재하면 된다
    그것이 시인이 받을 보상이다.

    여시아문(如是我聞)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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