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천지간 소리란 소리 다 모아서 곡을 지으리라 한 번도 울어 본 적이 없는 누구도 들어 본 적이 없는 미지의 소리 하늘이 반주하고 산과 바다가 노래하는 곡을 엮으리라 가슴이 비어 있는 이 시대를 위하여.
2 떡을 치세 떡을 치세 쿠웅 따악 쿠웅 따악 떡을 치세 떡을 치세 이 떡을 쳐 누굴 주나 맘씨 고운 이웃들과 고루고루 나눠 먹세 해가 지고 바뀌어도 인정만은 변치 마세 있는 놈은 있는 대로 없는 놈은 없는 대로 변함없는 세상살이 그 누구를 원망하랴 금방아로 은방아로 있는 놈들 방아타령 요란한들 무엇하며 배고프고 괴로운들 이 내 팔자 별수없네 달을 따다 떡을 빚고 별을 따서 떡을 치세 바람 잡아 곡조 짓고 마주앉아 가난 타니 곡조마다 가슴 치네 집안 가득 동네 가득 나라 가득 하늘까지 해 저무는 길목에서 동터오는 고샅까지 가난이야 나랏님도 어쩌지를 못하는 법 아침부터 밤 늦도록 고운 소리 떡을 쳐도 입은 흉년 귀는 풍년 세상 인심 사나워도 거문고를 마주하면 부러울 것 하나 없네 이승이 곧 별천지라 한 자 한 자 각을 하듯 뜯어내는 맑은 곡조 떡을 치세 떡을 치세.
3 배 부른 귀에 들릴 리 없는 울리지 않는 곡조 가슴으로 뜯으면 세밑에서 오동나무가 운다 봉황이 울도록 여섯 줄 뼈 끝으로 튕겨도 하늘이 멀어 보이지 않는다 따끝이 멀어 들리지 않는다 아아 더 먼먼 사람의 나라 비어 있음을 위하여 이 가슴을 다 쏟아 내 영혼의 모음을 다 모아 곡을 지으리라 곡을 지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