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현금無絃琴
洪 海 里
한여름 우이도원牛耳桃源
푸른 숲 속
어디선가
거문고 우는 소리
가야금 타는 소리
도도동 도도동 도도동동
동동동 동동동 동동동동
백년 살다
백골사리로 빛나는
오동나무 한 그루
까막딱다구리가 속을 다 비워낸
텅 빈 성자의 맨몸을
쇠딱다구리
수백 마리
꽁지를 까닥이며
쬐그만 부리로 사리를 쪼고 있다
줄 없는 거문고
가야금 거문고가 따로없다
온몸으로 우는
오동이 한 줄의 거대한 현絃이다.
* 지난 유월 초하루(음) 임보 시인과 牛耳桃源에 올랐다.
막걸리 둬 병 꿰차고 우이도원에 당도하자 어디선가 가야금, 거문고 켜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가 오는 것을 알고 선녀라도 하강하여 환영연주라도 하고 있는 것일까?
가만히 보니 그 소리는 선 채로 죽어 있는 하얀 백골 오동나무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살금살금 다가가 보니 수십 마리의 쇠딱따구리들이 부리로 오동의 살을 샅샅이 쪼고 있는 것이었다.
(2010.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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