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 봄
洪 海 里
보리감자밥도 먹기 어렵던 시절 있었지
좁쌀밥 지어서 고봉으로 쌓아 놓고
허기를 채우던 가파른 보릿고개마다
생강나무꽃 피었다고 노랗게 울었다.
* 강원도에서 생강나무꽃을 동백꽃이라고 합니다.
꽃이 산수유꽃하고 비슷합니다.
꽃만 보고 생강나무와 산수유를 구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나무줄기를 보면 금방 구별이 됩니다.
생강나무는 수피가 미끈하고 산수유는 껍질이 덕지덕지 붙어 있어 지저분합니다.
그래 참꽃과 아카시꽃도 따 먹고, 찔레순도 꺾어 먹고, 삘기를 뽑아 먹었지요. 하굣길에는 길가 목화밭에 들어가 연한 다래도 몰래 따 먹곤했지요. 그것들이 다 보약이 아니었을까요? 허기진 눈에는 생강나무나 산수유가 피워낸 노란 꽃이 좁쌀밥이 아니었을까요?
어린 시절은 참으로 가난했지요.
그러고 보니 그때는 먹을 것도 참 많이도 있었군요.
지나간 것은 모두 그립다고들 하지요.
가난해도 그때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따뜻한 정이 있었지요.
나눌 것은 없어도 정은 나눌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것이 없지 않습니까?
감자 한 알로 허기를 때우고 바라보는 하늘빛이 노랗겠지요.
(2009. 5. 9.)
* 김성로 화백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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