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낭송· 번역시

[스크랩] 독작하는 봄 /홍해리 (낭송:단 이)

洪 海 里 2013. 2. 28. 11:30

 

 

독작하는 봄   홍해리


앵앵대는 벚나무 꽃그늘 아래
홀로 앉아 술잔을 채우다 보니
무심한 바람결에 꽃잎 절로 날리고
마음은 자글자글 끓어 쌓는데
가슴속 눌어붙은 천년 그리움
절벽을 뛰어내리기 몇 차례였나

눈먼 그물을 마구 던져대는 봄바람
사랑이 무어라고 바르르 떨까
누가 화궁花宮으로 초대라도 했는가

시린 허공 눈썹길에 발길 멈추면
사는 일 벅차다고 자지러드는 날
햇빛은 초례청의 신부만 같아
얼굴 붉히고 눈길 살풋 던지는데
적멸보궁 어디냐고 묻지 말아라
네 앞에 피어나는 화엄花嚴을 보라
마저 피지 못한 꽃도 한세상이라고
꽃은 절정에서 스스로 몸을 벗는다
왜 이리 세상이 사약처럼 캄캄해지나
무심한 바람결에 꽃잎만 절로 날리니
달뜨는 마음 하나 마음대로 잡지 못하네

 

 

 

*홍해리(洪海里) 

 

 

 

본명 洪峰義, 충북 청원 출생.
1964년 고려대학교 영문과 졸업.

[시집]

*『투망도投網圖』(선명문화사, 1969)*『화사기花史記』(시문학사, 1975)*『무교동武橋洞』(태광문화사, 1976)*

우리들의 말』(삼보문화사, 1977)*『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민성사, 1980)*

『대추꽃 초록빛』(동천사, 1987)*『청별淸別』(동천사, 1989)*『은자의 북』(작가정신, 1992)*

『난초밭 일궈 놓고』(동천사,1994)*『투명한 슬픔』(작가정신, 1996)*『애란愛蘭』(우이동사람들, 1998)*

『봄, 벼락치다』(우리글, 2006)*『푸른 느낌표!』(우리글, 2006)*『황금감옥』(우리글, 2008)

*『비밀』(우리글, 2010)

*『독종毒種』(2012, 도서출판 북인)

 

[시선집]

*『홍해리 시선洪海里詩選』(탐구신서 275, 탐구당, 1983)* 『비타민 詩』(우리글, 2008)

*『시인이여 詩人이여』(우리글, 2012)

출처 : 풍경속 詩 한송이
글쓴이 : 시풍경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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